노인복지서비스의 패러다임 전환해야

입력
2020.09.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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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1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사망률은 약 1.6%지만 80세 이상 고령층은 4명 중 한 명이 사망할 정도로 치명률이 높다. 요양원이나 양로원 같은 장기요양시설의 밀집된 거주환경에서 감염은 쉽게 확산될 수 있고, 이곳에 거주하는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들에게 코로나19 감염증의 위해는 클 수밖에 없다. 실례로 한국보다 장기요양서비스 수혜 비율이 높은 미국이나 서구 유럽 국가의 노인요양시설에서 집단 감염 발생으로 인해 코로나19 사망률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올해 2월 이후 많은 국내요양시설은 가족의 면회를 제한하고, 화상 또는 전화로 전하는 안부만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가운데 가족을 포함한 외부인과의 만남이 일절 제한된 요양시설에서의 생활이 비록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육체나 정신적인 피폐함을 가속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되어 큰 우려를 낳은 요양원 거주 노인들에 대한 과도한 신경안정제 처방은 경제성을 이유로 다인실에 부족한 간병인력으로 운영해 온 노인요양시설의 환경상 어쩌면 앞으로 더 악화될 수도 있는 현실인 것이다.

2019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연령 인구의 비율은 15%를 넘었고, 혼자 살거나 부부만 사는 노인가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노인 돌봄의 책임을 직계가족 뿐 아니라 사회 공동체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의 저변은 넓어지고 있다. 따라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요양원과 복지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코로나19 뿐 아니라 미래의 신종 호흡기감염 바이러스에 현재와 같은 노인 요양시설은 계속 취약할 수 있다. 물론 외부와의 차단 조치로 방역에는 성공할 수 있겠으나 그 누구도 가족조차 마음대로 만날 수 없는 시설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준비하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 기간의 길고 짧음에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대다수는 지금과 같은 환경의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삶의 마지막 기간을 보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항상 자유의지와 자율성을 추구한다. 스스로 원할 때 식사하고 잠이 들며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한다. 치매환자라고 다르지 않다. 따라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최대한 익숙한 본인의 집에서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지역과 사회적 돌봄서비스의 개발이 필요하다. 개개인 삶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코로나와 같은 감염성 질환의 시대에 적합한 노인 복지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박태환 서울의료원 공공의료사업단장(신경과 주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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