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릿수로 내려갔던 국내 발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규모가 수도권에 대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2.5단계) 완화 이후 다시 100명대로 진입하면서 방역 당국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은 “당분간 종식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로 긴장감을 표현했고,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할 때”라는 지적을 내놨다.
17일 중대본은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53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중 145명은 국내 발생, 8명은 국외에서 유입된 사례다. 국내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정부가 거리두기 조정을 발표한 지난 13일 99명으로 지난달 14일(85명) 이후 30일 만에 두 자릿수로 떨어진 후 사흘간 90명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16일 105명으로 소폭 늘었고, 이날 145명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확진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이유를 거리두기 완화에서 찾지는 않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거리두기 조정은 지난 월요일(14일)에 이뤄졌고, 지금 나타나는 확진자들은 1~2주전 (바이러스에)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평균 5,6일 정도인 잠복기와 진단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최근 확진자들은 거리두기 2.5단계일 때 감염된 환자들로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가 잘못된 신호를 줘 확산세를 키운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정부의 강력한 2.5단계 거리두기도 일일 확진자 규모를 세자릿 수 이하로 끌어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번진 2차 유행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30, 40명씩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계속되면서 매일 100명대의 환자가 나오는 것”이라며 “아직도 안정이 안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준 최근 2주간 확인된 신규 확진자 중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비율은 26.4%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내주쯤 거리두기 완화의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확진자가 더 늘 가능성도 작지 않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주간 2.5단계 조치를 했는데도 확진자가 100명대를 유지하며 잘 억제되지 않고 있다”며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하면 확진자가 줄고 완화하면 늘어나는 상황이 조만간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주 혹은 추석을 전후로 다시 본격적인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의 장기전에 대비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갑 교수는 “업종별로 감염병 전문가와 만나 안전하게 영업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는 업종별 노력에 따라 고위험 시설을 중위험 시설로 낮춰주거나 세제 혜택을 주며 지원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생활 현장을 바꿔야 장기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타격과 코로나19 추가 감염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은경 본부장도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3,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언급하며 “코로나19 종식은 당분간 기대하기가 어렵고, 코로나와 함께 안전하게 살아가는 일상을 정착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추석 연휴를 당면한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으면서 계절적 요인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그는 독감 유행이 코로나19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음을 밝히며 “기온이 낮아지면서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좋아지는 환경이 되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