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올해 어린이날 기념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국가계약법을 위반했다고 감사원이 17일 발표했다. 계약을 체결한 뒤 발주하는 것이 정상 절차인데, 영상을 납품 받고 뒤늦게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일정이 촉박해 행정 처리가 미흡했다”고 해명했다. 용역 업체가 제작한 영상엔 5,000만원이 들었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기관 정기 감사를 6월 실시해 이날 결과를 공개했다. 청와대가 어린이날을 맞아 ‘청와대 랜선 특별초청’을 주제로 공개한 영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상의 청와대를 만들어 어린이들을 초청하는 개념이었다. 온라인 게임인 ‘마인크래프트’에 청와대가 만들어졌고, 아이들은 영상을 통해 청와대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문재인 대통령 부부도 만날 수 있었다.
감사원은 “청와대는 4월 24일 계약 용역을 발주한 뒤, 같은 달 30일 견적서를 제출 받고, 다음달 1일에서야 계약담당부서가 용역계약 체결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비서실이 용역 업체 평가, 적정 가격 검토 등을 건너 뛰어 "계약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약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주의를 줬다.
청와대는 ‘촉박한 일정’을 뒷북 계약 이유로 들었다.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으로 어린이날 행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다 보니 영상 제작을 급하게 추진했다는 취지다. 용역을 맡은 업체는 영상제작업체인 ‘샌드박스 네트워크’다. 어린이날 영상 사업은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가 맡고, 계약은 총무비서관실이 담당하는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의계약 관련 사안으로 논란이 된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이끄는 의전비서관실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셈이다.
탁현민 비서관이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된 또 다른 청와대 행사 용역 3건과 관련해 감사원은 “감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기관감사는 피감기관의 모든 용역 계약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는 게 아니라, 규모, 기간 등을 고려해 감사 대상을 선정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한 국내 언론은 '탁현민 프로덕션' 출신 인사가 설립한 공연기획사 '노바운더리'가 신생 업체임에도 청와대 행사를 수주한 배경엔 일종의 특혜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감사원은 대통령경호처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코로나19 문진표에 '동거 가족 중 자가격리자가 있는지'를 묻는 항목이 없어 방역상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허술한 문진표는 올해 제40주년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 등 문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도 그대로 활용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칫 문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노출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뒤 대통령경호처는 문진표 양식을 보완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