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거리두기' 스포츠 골프... 코로나 위기에도 나홀로 승승장구

입력
2020.09.18 07:00
美, 올해 라운딩 전년 대비 최대 6%↑
상반기 셧다운 따른 손실 뛰어 넘어

“실외에서 4시간 동안 코스를 걷는 것은 정신적 해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ㆍ사망 세계 1위인 미국에서도 골프만큼은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규모ㆍ언택트(비대면) 운동인 덕분에 셧다운(봉쇄)로 유명 프로스포츠들이 죽쑤는 와중에도 유례없는 수익을 거뒀다. “수십 년만의 최고 여름(워싱턴포스트ㆍWP)”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다.

미국의 골프산업은 이미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WP는 16일(현지시간) “미 전역의 골프장 중 98%가 영업을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골프재단(NGF)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3,4월 전국이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골프 라운딩이 약 2,000만회 감소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체 라운딩 수는 지난해(4억4,100만회)보다 최소 2%, 최대 6%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골프의 재도약을 종목 특성에서 찾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치명적인 대규모 인원이 모이지 않을뿐더러 직접적인 신체 접촉도 거의 없어 ‘사회적 거리두기’에 최적화돼 있다. 미국 내 1만4,500곳에 이르는 골프장 업체들이 안전성을 부각하기 위해 운영 지침을 수정한 것도 도움이 됐다. 신문은 “직계가족을 제외한 타인과 카트를 함께 타고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등 단계적 조치가 취해졌다”고 전했다. 거리 두기를 더욱 더 엄격히 적용한 셈이다.

골프가 기지개 단계를 넘어 활황 국면에 접어든 것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스포츠 시장조사회사 골프데이터데크는 7월 미국 내 라운딩 수가 1,000만건 증가했다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장비 판매도 호황을 맞아 같은 달에만 3억8,860만달러(4,558억원)어치가 팔렸다. 해당 업체가 소매판매 집계를 시작한 1997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연말까지 골프 신규 유입자 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NGF는 올해 상반기 신규 및 복귀 인구가 20% 증가한 데 이어 6~17세 골프 인구도 50만명(20%)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골프의 독주는 비단 미국 만의 일이 아니다. 영국 골프전문매체 ‘벙커드’는 전 세계 골퍼 5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영국의 골프 라운딩 수가 39.7% 폭증했다고 밝혔다. 유럽 전체로 확장해도 증가율은 27.9%에 달했고, 캐나다에서 역시 12.7% 늘었다. 스코틀랜드 골프 관련 업체 샷스코프의 데이비드 헌터 최고경영자(CEO)는 “골프가 완벽한 야외 사회적 거리두기 활동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 세계적 흐름에서 살짝 비켜나 있다. 골프장 회원권 거래 업체인 동아회원권거래소는 14일 낸 자료에서 “일부 골프장에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녀가는 등 실외 체육시설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감염 재확산 추세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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