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3년간 한 푼도 안 쓰고 소득을 다 모은다 해도 빚을 모두 갚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출이 더욱 늘면서 이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과 통계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00% 이상인 사람의 비중은 33.8%로 나타났다.
처분가능소득이란 개인 소득에서 세금, 사회보장분담금, 이자 비용 등 비소비성 지출을 뺀 소득으로, 소비에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말한다. 다시 말해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사람 10명 중 3명 이상이 2년간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소득을 다 모아도 빚을 전부 갚을 수 없다는 의미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00% 이상인 사람의 비중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4년 28.0%였다가 2015년(30.1%) 처음으로 30%를 넘어섰고 2016년 31.4%, 2017년 31.7%, 2018년 33.5%를 거쳐 지난해까지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비율이 300% 이상인 사람의 비중도 2014년 17.6%에서 지난해 21.9%까지 매해 늘고 있다. 3년 내내 지갑을 닫고 살아도 빚을 못 갚는 대출자가 10명 중 2명을 넘는다는 뜻이다.
반면 한 해 번 돈의 절반만 모아도 빚을 갚을 수 있는 사람(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 50% 이하)의 비중은 2017년 31.1%에서 2018년 29.8%로 떨어진 뒤 지난해까지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504조5,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현재 1,521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1분기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58조2,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의 56.4%를 차지했다. 신용대출, 보증대출, 예적금 담보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은 663조5,000억원(43.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