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윌셔 그랜드 센터를 매각하지 않고 1조 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윌셔 그랜드 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진 상태였다.
대한항공은 16일 오후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한진인터내셔널에 9억5,000만 달러(약 1조1,215억 원)를 대여하는 안을 심의ㆍ의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미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진인터내셔널은 2017년부터 LA 윌셔 그랜드 센터를 운영 중이다. 한진인터내셔널은 수혈된 9억5,000만 달러 자금 중 9억 달러를 이달 중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며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윌셔 그랜드 센터는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호텔ㆍ오피스 수요 감소를 겪으며 매각까지 검토됐다.
대한항공은 최근 유상증자와 기내식 사업 매각 등에 성공하며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이번 자금 수혈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측은 “윌셔 센터 자금 지원은 대출금을 전달하는 구조여서 유동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우선 3억 달러는 이달 말 대한항공이 수출입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이를 다시 한진인터내셔널에 빌려준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6억5,000만 달러는 자체자금으로 지원한다.
대한항공은 한진인터내셔널에 지원한 금액 중 3억 달러는 미국 현지 투자자와 한진인터내셔널 지분 일부 매각과 연계한 브릿지론 등을 통해 다음 달 상환받을 예정이다. 나머지 자금(6억5,000만 달러) 중 3억 달러는 내년 호텔ㆍ부동산 시장 위축이 해소되는 시점에 한진인터내셔널이 담보대출을 받아 상환받을 계획이다.
한진그룹은 2009년 4월 LA 윌셔 그랜드 호텔을 최첨단 호텔ㆍ오피스 건물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8년간 벌이며 총 10억 달러(약 1조1,385억 원)를 투입했다. 고 조양호 회장은 2017년 6월 센터 개관 행사에서 “윌셔 그랜드 센터 개관은 개인적인 꿈의 정점이자 LA와의 약속을 완성한 것”이라며 “LA 다운타운의 스카이라인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새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