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새 인물’이 나타나지 않아 잠잠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달리, 내년 4월 같은 날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전ㆍ현직 의원들이 직ㆍ간접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고 몸을 풀기 시작하면서다. 다만 후보군에는 이른바 ‘올드보이’가 많아 흥행엔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박형준 전 의원은 부산 선거 레이스에 이미 한 발을 들여 놨다. 21대 총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박 전 의원은 17일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다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주려면 부산시장, 서울시장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하고, 또 침체된 부산지역을 회생시킬 수 있는 안목과 역량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며 "그 막중한 역할을 감당해낼 수 있는지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 태생인 박 전 의원은 부산 수영구에서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최근 부산에 사무실을 마련해 출마설이 돌았는데,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2014년부터 4년간 이미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의원도 시장 재도전에 마음이 기울어 있다.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산시장 선거 출마) 꿈은 여전히 갖고 있다”며 “정치인은 언제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5선인 서 의원은 당내 최다선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패해 연임에 실패했으나, 21대 총선에서 부산 진구갑에 출마해 당선돼 '부산 민심'의 인증을 받았다.
물밑 경쟁은 올해 봄부터 이미 시작됐다. 21대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낙선한 박민식, 유재중, 유기준, 이언주, 이진복 전 의원 등이 출마에 무게를 두고 당내외 인사들과 스킨십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력 후보로 거론된 김세연 전 의원은 최근 불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내년 보궐선거의 ‘메인 이벤트’인 서울시장 선거보다 부산시장 선거가 먼저 뜨거워진 건 무엇보다 야권의 승률이 높아서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부산 지역구 18곳 중 15곳을 휩쓸었다. 오거돈 전 시장이 성추문으로 물러난 탓에 운동장 자체가 야당에 기울어져 있다. ‘국민의힘 경선 승리가 곧 당선’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부산시장 후보군 중에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이미 심판을 받은 낙선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국민의힘이 고민하는 대목이다. 초선 의원이나 정치 신인 같은 '깜짝 스타'가 아직은 없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신선한 인물'을 계속 외치는 건 반드시 새 얼굴이어야 한다는 것보다 국민의 기대와 관심을 이끌어낼 만한 인사가 많이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이미 부산시민들에게 익숙한 인물끼리의 경쟁으로는 본선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달 중 보궐선거 선거기획단을 조기에 띄우고 인물 찾기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