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적합한 신사업으로 공간 비즈니스에 뛰어든다. 공간 비즈니스란 물리적 사무 공간과 더불어 보안, 인증,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양한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업무 환경을 통째로 돈 받고 빌려주는 사업이다. 사무 공간만 빌려주는 공유 오피스보다 한 단계 더 진일보한 개념이다.
16일 재계 및 IT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텔레콤(SKT)을 중심으로 공간 비즈니스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SKT 관계자는 “지난 6월 서울 종로, 서대문과 경기 분당, 판교 등 네 곳에 거점 사무실을 두고 직원들이 분산 근무하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외부 기업에게 돈 받고 제공하는 사업으로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T는 최근 사내 공모를 통해 전담팀(TFT) 인력을 선발하고 서울 마포와 경기 일산, 용인, 분당, 수지, 판교 등에 추가 거점 사무실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업체들과 접촉 중이다. SKT 관계자는 “사내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받았고 금주 중 면접을 거쳐 TFT 인력을 선발 예정”이라며 “이들이 공간 비즈니스를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SKT는 직원들에게 적용할 거점 오피스를 신생기업(스타트업)들과 손잡고 확대한다. 약 100명 가량이 이용중인 거점 오피스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원 재택근무를 하면서 일시 문을 닫았는데 스타트업들과 협업해 새로운 형태로 재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T는 집무실이라는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IT 특수가구를 도입하기 위해 내부 시험을 거쳤다. 독서실의 개인 공간처럼 구성된 이 가구는 이용자가 앉으면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얼굴을 인식해 해당 이용자의 업무 시스템을 화면에 보여준다. 이를 지원하는 AI 클라우드 시스템은 또다른 스타트업과 손잡고 구축할 예정이다.
외부 확대는 두 가지 방안이 거론된다. 서울 광화문, 을지로, 강남 등 공유 오피스업체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이들 업체와 제휴 또는 인수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경기 일산과 용인 등 공유 오피스 업체들이 없는 지역은 SKT에서 직접 건물을 임대해 추진하는 방식이다. SKT 관계자는 “공간 비즈니스를 외부로 확대하면 전문업체들과 협업해 공간 설계부터 새로 할 것”이라며 “서울 을지로 사옥도 공유 오피스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SKT는 최근 외국계 공유 오피스 업체 인수를 검토했다가 접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업체 인수가 실효성이 없다고 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인수나 제휴 방안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공유 오피스업체들과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은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에서는 공간 비즈니스를 모든 계열사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많은 계열사들이 이를 염두에 두고 사옥 재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계열사의 80%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관련 있다”고 밝혔다.
SK가 공간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었지만 실제로 집이나 카페에서 일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다는 점을 파악하고 코로나19 확산이 길어지면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에 비대면 업무 전용 공간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SKT 관계자는 “거점 오피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검토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공간 비즈니스로 확대됐다”며 “코로나19가 최소 2,3년 이상 길어지는 장기화를 염두에 둔 신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룹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의지도 컸다. SKT의 기업 문화도 관련 있지만 지역 균형 발전이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 사회적 가치측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