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파업' 의료진, 현장서 열심히 일하며 국민에게 사죄해야"

입력
2020.09.16 17:27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ㆍ전공의' SNS 입장문 
"모두에게 상처…이제는 손상된 신뢰 회복할 때"

의료계 집단휴진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이번 파업으로 노출된 특권의식, 사회의식 결여, 직업윤리 부재의 민낯을 일선에서의 성실함으로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이제는 손상된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라는 내부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집단휴진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공의ㆍ의대생 모임인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ㆍ전공의(다른생각)'가 그 주인공이다.

'다른생각'은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의사 집단 파업이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 채 마무리되어 간다"며 환자와 보호자, 국민을 향해 "의료계 구성원의 일부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깊은 사죄의 인사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정작 의료계에서의 '사과'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집단행동이 결의를 잃어가는 지금의 순간에도 환자들과 내부 약자에 대한 의사 집단의 진정성 있는 사과의 부재를 비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7일부터 약 한 달 동안 진행됐던 이번 집단휴진을 두고 "정당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우선 '의사는 공공재가 아니다'라는 의사 집단의 주장부터 의료에 부여된 사회적 약속을 잊은 비전문가적 발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어 응급실ㆍ중환자실마저 비우거나 관련 정책의 '무조건 철회'를 외치는 무관용의 모습 등을 언급하면서 "대중의 지지는 애초에 이 파업의 어느 시점에도 맥을 같이 한 적이 없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천적 동력이 없는 집단행동은 대신 환자 치료에 대한 독점적 권한에서 힘을 찾았다. 그리고 그 힘은 정부와 전 사회를 압박하는데 사용됐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절차적 부당성'이 스스로를 집어삼켰다는 것이 다른생각의 주장이다. 이들은 "파업 시작 단계에서부터 의대생들은 방향성을 갖고 의견을 모았다"며 "집단행동에 반대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상황이 흘러갔고 지성적 토론에 대한 요청은 묵살됐다"라고 했다. 이번 파업에 말 그대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이를 드러내기 어려웠다는 취지다.

결국 한 달 넘게 이어진 파업이 끝나고 남은 것은 "후배 의사, 심지어 아직 면허가 없는 의대생들의 희생을 전제로 선배들이 목소리를 내는 구조는 비정상적이었고, 결과는 잃을 것 많은 후배들을 덩그러니 필드에 남긴 채 선배들만 떠난 모습"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실제로 다수 전공의들은 현장에 복귀했으나 정부 의료정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의사 국가고시(국시)에 응시하지 않았던 의대생들의 구제 문제 등을 놓고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공공의료 관련 정책을 사회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사회 구성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완성도 있는 정책을 위해 정부는 또 하나의 주체, 공공의 자리를 잊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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