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전 세상에 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 난맥상을 거침 없이 까발렸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사법처리 위기에 놓였다. 정확히는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볼턴 전 보좌관이 당국의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앞서 출판 허가를 받을 때도 기밀누설에 따른 국가안보 위해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기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5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최근 연방대배심을 소집해 볼턴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수사와 관련한 소환장을 발부 받았다. 이어 연방검찰은 전날 출판사 사이먼앤드슈스터와 문예 창작물 대행사 재블린에 각각 소환장을 보내 볼턴의 통신기록 제출을 요구했다. 모두 회고록 출판에 관여한 업체들이다. 다만 볼턴 개인에게는 소환장이 발부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볼턴에게 기밀누설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고록을 낼 때 공개해선 안 되는 기밀정보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사전검토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도, 그가 최종 승인 없이 출간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 존 랫클리프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달 이 사건을 법무부로 넘겼고 이후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가 형사사건 수사를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볼턴은 재임 시절 외교 비사를 담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등 폭로성 주장을 펼치며 현 정부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올해 6월 발간된 이 책은 첫 주에만 77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보도 직후 볼턴 측은 회고록 출간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찰스 쿠퍼 변호인은 성명을 통해 “볼턴 (전 유엔주재) 대사가 책 출판과 관련해 범죄나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어떤 주장도 단호히 부인한다”며 “공식 조사에 성실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민사 차원에서 회고록 문제에 대응해온 법무부가 대배심을 동원해 범죄 수사에 나선 건 처음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수사는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지난 6월 20일 로이스 램버스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이미 주요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는 이유로 회고록 출판 금지명령 신청을 기각하면서도 “국가안보로 도박을 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볼턴은 스스로를 민ㆍ형사적 책임에 노출시켰다”면서 향후 출간에 따른 수익 몰수와 형사처벌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