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재택근무시 근태관리를 위해 위치추적을 한다고 합니다. 거부해도 될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노동'의 전통적 개념에 균열이 가고 있다. 재택근무라는 근로 형태는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근무 장소를 '사업장'으로 전제한다.
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보호, 산업재해, 경영정보보안을 중심으로 법적 쟁점들이 많다"며 "재택근무가 중요한 근로 방식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사가 이에 대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지적에 따라 16일 '재택근무 종합매뉴얼'을 발표했다. 정부에서 내놓은 재택근무 관련 첫 가이드라인이다. 이를 바탕으로 재택근무를 둘러싼 법적 쟁점을 살펴봤다.
-재택근무 도중 초과 근무를 했는데, 연장ㆍ야간 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나.
"받을 수 있다. 출근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통상적인 근로시간제가 적용된다. 따라서 근로자가 지시에 따라 추가 근무를 했다면 사업주는 해당 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향후 분쟁 소지를 줄이려면 근로자가 연장근로를 사전 신청해 승인을 받거나 연장근로의 업무 종료 시간, 업무 내용을 입력하도록 하는 등 노사가 이를 확인하는 방식을 사전에 정해 놓는 것이 좋다."
-회사가 복무 관리를 이유로 30분 단위로 컴퓨터 마우스를 흔들지 않으면 업무망 접속이 끊어지도록 해놨다.
"근무지 이탈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짧은 시간 단위로 엄격하게 근태 관리 기준을 정해 시행하면 업무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재택근무의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 특히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업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업무망 접속이 끊어진 것을 근거로 사측이 근로자를 징계할 수 없다."
-집에서 근무하다 보니 근로시간과 일상생활이 혼재된다.
"재택근무자 역시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시간과 휴게시간(4시간 근무시 30분 이상)을 적용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임의로 취미 활동, 개인 업무 등을 할 경우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에 위반될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도 재택근무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일상생활에 대해서는 양해해야 한다. 업무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간헐적으로 아픈 가족이나 유아를 돌보는 행위, 자택 방문자의 확인, 집 전화 받기, 여름 샤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재택근무를 하는데 출근할 때처럼 식비, 교통비를 받을 수 있나.
"사측이 실비 변상 차원에서 실제 지출이 있는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고 있었다면 지급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식비, 교통비 등에 대해 지출 여부와 관계없이 일률, 고정적으로 지급하도록 했다면 재택근무 여부와 상관 없이 기존과 동일하게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집이 답답해서 카페에서 근무를 하고 싶다.
"사용자와 합의가 있을 경우 가능하다. 단체협약, 취업규칙에 근거가 있거나 사용자와 근로자간 합의 또는 사용자가 승인하는 경우에 한해서는 집 이외의 장소에서 근무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사전에 관리자의 승인 없이 지정된 장소를 근로자가 임의로 변경하거나 벗어나는 경우 복무 위반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재택근무를 하던 중 다쳤다.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나.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재해라면 가능하다. 재택근무는 업무 장소를 자택으로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법이 적용된다. 그러나 점심 시간에 집 근처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 가다 넘어져 부상을 당했거나, 근무 도중 육아를 하다가 다치는 등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재택근무 도중 고객정보 등 사내 정보가 유출됐다.
"근로자가 사내 보안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등 고의나 과실로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면 징계 등 책임을 질 수 있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유출 사고가 발생했고 사내 보안 규정을 준수했다면 책임이 면제된다."
-회사가 근태관리 목적으로 위치추적을 한다는데, 거부할 수 있나.
"거부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동의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얻지 않은 위치정보 수집을 금지하고 있다. 즉 재택근무자의 위치정보(GPS 등)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며, 근로자가 거부할 경우 이를 이유로 징계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