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돌봄공백…맞벌이 절반 "휴업ㆍ퇴사 고민중"

입력
2020.09.1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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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410명 조사 "가족돌봄휴가 사용 어렵다" 84% 
맞벌이는 유연근무, 외벌이는 지원금 확대 더 선호
여가부 아이돌봄서비스 확충 등 가족 지원 강화하기로


경기도에 사는 A(43)씨는 지난달 말 회사를 그만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진 탓도 있었지만, 매일 5살 딸을 맡길 곳이 없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던 사정도 큰 이유가 됐다. 그 동안은 상사 눈치를 보며 연차휴가를 내거나 유치원에 긴급돌봄을 보내면서 버텨왔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수도권에 다시 심각하게 유행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A씨는 “코로나19가 심각해지자 담당 선생님이 ‘잠시만 할머니한테 맡기는 게 어떠냐’고 했는데, 그 여건이 됐다면 애초에 긴급돌봄도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딸이 매번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돌봄 고민이 커지자 직장인의 절반은 퇴사라는 극단적 해법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부모 41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2주간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맞벌이 직장인(283명) 중 51%가 ‘돌봄 공백을 버틸 수 없어 휴업이나 퇴사를 고려 중이다’라고 답했다. 한부모 응답자(18명) 중에서도 50%가 이 같은 고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코로나19발 돌봄 공백 대책으로 가족돌봄휴가를 확대했지만, 직장인들이 실제 이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맞벌이 부부 중 84%가 ‘가족돌봄휴가 사용이 어렵다’고 답한 반면 ‘연차사용이 어렵다’고 답한 경우는 69%로 그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6세 이하 자녀 가정이 193만여 가구인데 지난달 28일까지 가족돌봄휴가비를 지원받은 노동자가 11만8,891명에 그친다”라며 “돌봄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돌봄공백을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제도는 각자가 처한 현실에 따라 다양하다. 맞벌이의 경우 41%가 재택근무 또는 유연근무제도 확대를 원했다. 반면 외벌이 직장인 응답자(109명) 중에는 46%가, 한부모가정의 경우 56%가 돌봄휴가 지원금 확대를 바랐다. 돌봄휴가로 인한 수입 감소 타격이 맞벌이보다 한부모ㆍ외벌이 가정에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주로 시설 위주에 머물렀던 정부의 돌봄 공백 대응 정책이 지역사회 중심 돌봄과 가족지원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대돼 추진된다. 여성가족부는 15일 아이돌봄서비스 확충 등의 내용을 담은 돌봄지원 서비스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가족돌봄휴가와 더불어 정부의 대표적인 돌봄 정책인 아이돌봄서비스의 경우 이용시간과 비용 등의 지원이 확대된다. 여가부는 현행 720시간 한도의 아이돌봄서비스 정부 지원시간을 840시간으로 늘리고, 이용요금 지원비율도 이번 달부터 연말까지 0~85%에서 40~90%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이웃간 돌봄 품앗이 활동을 지원하는 ‘공동육아나눔터’는 올해 268개소에서 내년 332개소까지 확대하고, 지역 중심의 가족서비스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해 올해 건립중인 지역 가족센터 62개소에 더해 내년엔 26개소를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가족갈등과 우울감, 스트레스 등 가족 문제 지원을 위한 가족상담 서비스의 인력도 올해 254명에서 내년 306명까지 늘려 지역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심층상담을 강화할 예정이다.



신혜정 기자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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