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당을 둘러싼 잇따른 악재에 대해 공식 대응에 나섰다. 고용ㆍ부동산 문제가 불거진 이상직ㆍ김홍걸 의원을 향해서는 “납득할만한 조치"를 요구하면서 엄정 대응 의지를 내비쳤다. 반면 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감쌌다. 파급력이 비교적 크고 야당의 화력이 집중하는 추 장관 문제와 이상직 ㆍ김홍걸 의원 문제에 대해 ‘쪼개기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작심한 듯 당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먼저 이상직 의원이 걸려 있는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이자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갖고 국민과 회사 직원들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체불 임금만 250억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은 최근 605명의 직원을 무더기로 해고 해 논란이 커졌다. 창업주이자 실질적 오너인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경영정상화 및 대량해고 사태에 무책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재산 축소 신고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여야 국회의원 가운데 총선 당시 신고 재산과 지금의 신고 재산 사이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드러나고 있다"며 "설명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응분의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재산 축소신고 의혹이 불거진 김홍걸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지난 4·15 총선 당시 주택 4채 중 서울 강동구 아파트 분양권 1채(12억원 상당)를 신고하지 않았다. 당의 ‘1가구1주택’ 방침에 따라 매각을 약속한 강남 아파트 1채는 차남에게 증여하며 여론 뭇매를 맞기도 했다.
민주당은 그간 이상직ㆍ김홍걸 의원 문제에 입을 닫아 왔다. 이 의원은 2017년 대선 당시 전북 조직을 총괄하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직을 맡은 친문재인계 의원이다. 야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사위가 이스타항공의 태국 현지 총판인 '타이이스타젯'에 취직한 것도 이 의원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 의원을 두고도 그간 여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뿌리인 동교동계를 건드리기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논란에는 김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이 대표의 배경도 거론됐다. 하지만 두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민심의 역린인 일자리ㆍ부동산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자, 이 대표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는 추 장관 아들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선 “검찰은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기 바란다”며 “정치권은 정쟁을 자제하면서 검찰의 수사를 돕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옳다”고 했다. 전날 추 장관이 ‘송구하다’는 메시지를 낸 것을 언급하며 “우리가 충분히 알지 못했던 가족 이야기와 검찰 개혁을 향한 충정을 말씀해주셨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추 장관 아들 군복무 의혹에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야당이 정치공세를 계속하면 우리는 사실로 대응하고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검찰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검언유착 의혹,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정권이 민감해하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추 장관이 무너질 경우 검찰 통제가 무너져 정권 하반기에 들어간 시점에서 문 대통령의 레임덕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옹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친문재인계 한 의원은 이날 "추 장관 문제는 야당의 정치공세라는 당의 공감대가 있다"며 "이상직ㆍ김홍걸 의원 문제는 비교적 사실관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