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식에 스스로 ‘A’ 학점을 매긴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감염 및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안일한 현실 인식으로 방역 실패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간 ‘격노’에 나온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우드워드는 7월 21일 전화 인터뷰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전 부통령)이 아니라 코로나19와 싸워야 할 것”이라는 우드워드의 지적에 “그것도 맞지만 무엇을 막론하더라도 내 적은 미디어”라며 “우리가 잘하든 말든 언론은 늘 못한다고 한다”고 책임을 언론에 돌렸다.
또 “중국을 보라. 그들은 사망자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다. 러시아와 인도도 보라”며 당시 감염병 확산이 심각한 여러 나라들을 거론했다. 다른 국가도 코로나19 통제에 실패하고 있는데 왜 미 행정부만 문제 삼느냐는 힐난이었다. 그는 이어 “바이러스는 나와 전혀 연관이 없다. 내 잘못이 아니다. 중국이 바이러스를 내보냈다”면서 거듭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지금까지) 코로나19 대응 점수에 A를 줄 것”이라고 언급하며 정부의 보건 대응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한 술 더 떠 “(코로나19) 백신이 나오지 않았으니 최종 점수는 아니다. 백신이 출시되면 A+를 주겠다”고 자찬하기도 했다.
이날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감염은 382만여명에 달했고, 숨진 이도 14만명을 넘겼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다시 6만명 이상을 기록할 만큼 경제정상화 조치로 인한 재확산세가 거세지던 상황이었다.
겉과 속이 다른 트럼프의 행태는 7시간 후 금세 드러났다. 그는 이날 4월 말 이후 석달 만에 코로나19 브리핑을 재개하면서 그간 고수하던 ‘노 마스크’ 입장에서 벗어나 “불행히도 미국의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우드워드는 해당 일화를 격노의 맨 마지막인 46장에 배치하면서 “이날 하루 트럼프가 보인 상반된 행보 자체가 집권기 축소판과 같다”고 혹평했다. ‘양면성으로 가득 차 있으며 어수선하고 휘청거린다’는 비난이다. 또 △과도한 자아 △기강 부족 △전문가에 대한 믿음 부족 등이 트럼프를 “‘문 뒤의 다이너마이트’로 만들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