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한 바이러스 학자가 영국 방송에 출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미중갈등 요인으로도 작용했던 '코로나19 우한 연구소 발원설'에 힘을 실는 주장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홍콩대에서 바이러스학과 면역학을 전공한 옌리멍 박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ITV의 토크쇼 '루즈우먼'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바이러스가 우한의 수산물시장이 아닌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관계자와 현지 의사들로부터 증거를 넘겨 받았다는 주장이다. 옌 박사는 "유전자 염기서열은 인간의 지문과 같이 식별이 가능하다"면서 조만간 공개하려는 증거가 코로나19 관련 유전자 정보임을 시사했다.
옌 박사는 코로나19 사태 초반 중국 본토로 파견돼 집단감염 사례를 조사했다. 당시 코로나19의 인간 간 전염 증거를 발견해 상사에 보고했으나 묵살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옌 박사는 "우한 연구소는 중국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면서 "두려운 마음에 중국을 탈출했지만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 같아 (폭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 미국 당국이 '연구소 발원설'을 제기하면서 중국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미 정부는 구체적 증거를 내놓지 못했고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는 지난 4월 "연구소 직원 중 아무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이가 없고, 실험실의 보안 등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코로나19의 정확한 기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유래했고 동물과 인간의 종간 장벽을 뛰어넘게 만든 중간 동물 숙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다.
현재 홍콩대는 옌 박사와 관련된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이메일과 포털에 대한 접근을 모두 막았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주요 사실과 (옌 박사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게 홍콩대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