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2만원' 국회 심사에서 조정 필요하다

입력
2020.09.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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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2차 재난지원금 지원을 위한 4차 추경안에 대해 금주 내 통과를 목표로 심사에 착수한다. 이번 2차 재난지원금은 지난번과 달리 영업 제한 등으로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ㆍ소상공인과 고용 취약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특징이다. 하지만 추경안에 당초 취지와 다르게 '13세 이상에 통신비 2만원 지급'이라는 보편적 지원 성격을 넣음으로써 난기류에 휩싸였다.

야당은 추석 전 신속한 지급에 찬성하면서도 맞춤형 지원의 취지에 맞아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통신비 지급보다 전 국민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이 낫다”고 밝혔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추석을 앞두고 국민 마음을 2만원에 사보겠다는 계산”이라고 비판했다.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주장해온 정의당 심상정 대표조차 “두꺼워야 할 자영업자 지원은 너무 얇고, 여론 무마용 통신비 지원은 너무 얄팍하다”며 반대했다. 야당이 한결같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상황에서 신속한 지원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당 내에서도 취지 퇴색과 함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승수효과가 없다”고 했고, 김경수 경남지사도 “통신비로 푼돈을 나눠주기보다 와이파이망 확대에 투자하자”는 입장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차라리 통신비 지급 지원 기준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지급에 사용하자는 견해가 힘을 받고 있다. 지원 기준인 ‘연 매출 4억원 이하’를 놓고 매출 대비 이익이 낮은 편의점, 지원이 제외된 유흥주점, 돌봄 대상에서 제외된 중ㆍ고교생 학부모 등의 불만이 쏟아진다.

여당 지도부에서는 당정 간 합의를 번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통신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통신비 지원에 대한 여론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고 실효성도 의문시된다면 현실에 맞게 정책을 조정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선별 지원을 원칙으로 했다면 원칙에 따라 선택과 집중에 힘을 모으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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