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대북 제재 위반과 금융사기, 자금세탁 공모 혐의로 북한인 2명과 말레이시아인 1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북한인 중 한 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독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와 동일 인물로 추정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 법무부에 따르면 북한의 리정철과 리유경 부녀, 말레이시아인 간치림 등 3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2015년 8월부터 최소 1년 동안 말레이시아에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미 은행에 접근해 불법 금융 거래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이들은 미국과 영국의 여러 뉴스를 접하며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정철의 경우 미 재무부에 의해 제재를 받은 회사의 부책임자였으며, 이 회사는 북한 인민군 산하 조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대북 제재로 북한으로의 물자 수송을 꺼리는 업체에 17만5,000달러(약 2억7,000만원)의 거액을 지급하며 청탁하기도 했다.
특히 리정철은 지난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독살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아 추방된 유력 용의자와 동일 인물로 추정된다. 미 법무부가 공개한 기소장에는 "유엔 수사관들이 김정남 사건과 관련해 리정철을 조사했다"며 "리정철이 사건 초기에는 말레이시아 당국에 구금됐다가 2017년 3월 3일에는 추방됐다"고 기술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했다. 다만 기소장에는 "이번에 기소된 내용은 해당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미국의 대북 제재 위반은 북한 정권을 풍요롭게 만들고, 제재로 인해 막을 수 있는 불안정한 활동에 계속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한다"며 "대북 제재 위반 활동에 대해 계속 조사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