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소상공인 공분 샀던 '춤판 워크숍' 소공연 회장 탄핵될까

입력
2020.09.13 10:00
소공연, 15일 임시총회 열고 배동욱 회장 해임 논의
두 달 이상 '업무마비' 소공연, 정상화 여부 관심


이른바 '춤판 워크숍'으로 큰 논란을 빚은 배동욱 소상공인연합회장이 탄핵 위기에 몰렸다. 배 회장 거취를 두고 내홍에 휩싸이며 최근 두 달 가까이 정상 업무가 마비된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소공연은 오는 15일 임시총회를 열 예정이다.

배 회장 사퇴를 요구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수장을 맡고 있는 김임용 소공연 수석부회장이 총회를 소집했다.

정회원(각 업종단체 대표)의 3분의 1이상의 동의를 받은 대표자가 총회를 소집할 수 있는데 김 수석부회장은 56명 중 22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날 총회에는 선출직 임원(회장) 해임이 단일 안건으로 올라가 있다. 사실상 배 회장 탄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정회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면 배 회장은 물러나야 한다.

지난 4월 취임한 배 회장이 반년도 안 돼 궁색한 처지에 몰린 건 춤판 워크숍 때문이다.

배 회장을 비롯한 소공연 일부 회원은 지난 6월 강원 평창 워크숍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초청 가수 공연을 관람하는 등의 행위가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특히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한다는 소공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뻔히 알면서 이런 행사를 강행한 것에 많은 공분이 일었다.

이후 배 회장이 정부 보조금으로 구매한 책을 워크숍 현장에서 재판매해 후원금을 챙기고 가족이 운영하는 꽃집에 화환 발주를 몰아줬으며 사업자등록증을 위조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소공연 사무국 노조는 배 회장을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보조금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7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배 회장은 사태가 불거진 뒤 14일 만에 입장 표명을 했는데 당시 "공연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가수들도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상황이라 도움을 주려 했다"는 황당한 해명 등으로 더 빈축을 샀다. 그는 비대위와 노조의 사퇴 요구도 거부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소공연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중기부는 지난 4일 배 회장을 엄중경고하고 보조금환수 시정 명령, 불합리한 운영 사항 개선 명령을 내렸다. 배 회장 체제에서의 소공연 운영이 전반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정부 부처의 지적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배 회장은 사흘 뒤인 지난 7일 조직개편을 하며 이해하기 힘든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노조위원장을 본부장으로 승진시키고 실장과 부장급 인사는 팀원으로 격하시켰다. 노조는 노조위원장의 노조 활동을 원천봉쇄하고 노조 직원에게 보복을 가하는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을 거부한 노조는 또 다른 불이익이 있을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단체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이처럼 논란이 장기화하는 동안 소상공인을 위한 유일한 법정단체 소공연은 사실상 '식물 조직'으로 전락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자영업자들이 줄도산, 줄폐업하는 상황에서 소공연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소상공인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에 대해 업종마다 지원금이 달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데도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소공연은 입장문 하나 내놓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배 회장이 탄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얼마 전 황당 인사를 강행한 것을 보고 적지 않은 업종 단체 대표들이 배 회장에게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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