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은 11일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포함된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정책에 대해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비난 수위를 끌어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ㆍ저소득층에 2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4차 추경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가려운 등을 가려주는 조치”라며 연일 옹호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비대면 재택근무로 통신비가 늘어 2만원을 지급한다고 했지만, 정작 국민이 지출한 통신비는 정액제 때문에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통신비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감소, 2018년 6월 이후 27개월 연속 감소세다.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도 정액 요금제 보편화와 노인ㆍ저소득층 요금 인하 정책 등으로 가계 부담은 감소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1조원 가까운 돈을 통신사에 주겠다는 건데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 정신을 가지고 할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향후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현미경 심사’를 예고했다.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때 선별 지원을 하겠다고 했는데 포퓰리즘 정부의 본색이 드러났다”며 “추석 전 지급을 위해 여당과 협의에 임하되 철저히 심사해 한 푼의 세금도 새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통신비 지원 부분에 대해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는 경고다.
통신비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그 대신 ‘전 국민 독감 무료 예방접종’을 실시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전 국민 예방접종에 넉넉잡아 추가 예산 5,000억원 정도면 된다. 지금은 독감 예방이 코로나19 예방”이라고 했다.
야당의 연이은 공세에 민주당은 철통방어에 나선 모습이다. 야당의 반대에 정치적 공세에 휘말릴 수는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나쁜 선택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국난극복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안민석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족하지만 안 받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라며 “국민의 고통과 부담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가려운 등을 긁어줄 수 있는 조치의 일환으로 봐달라”고 했다. 설훈 의원도 “2만원이 돈이냐는 분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이야기도 나올 수 있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통신비 부담이 크다”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이날 “자녀가 중학생 이상일 경우 4인 가족 기준 8만원이라 ‘푼돈’이라고 할 수 없다”며 “당내에서도 통신비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선 크게 이견이 없다”고 했다. 실제 이날 민주당 소속 예결위원들이 정부로부터 4차 추경안에 대한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통신비 지원과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고는 있지만, 당 내부적으로는 '통신비 2만원 지원' 과 관련해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