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월가 '유리천장' 깨졌다... 씨티그룹 첫 여성 CEO 탄생

입력
2020.09.11 15:15

미국 월가에서 마침내 '유리천장'이 깨졌다. 미국 3위 은행인 씨티그룹이 월가 대형은행 중에서 처음으로 여성을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했다.

씨티그룹은 10일(현지시간) 제인 프레이저(53) 씨티은행장 겸 글로벌소비자금융 대표를 차기 CEO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8년간 재직해온 마이클 코뱃 현 CEO는 내년 2월 물러난다. 미 언론들은 "월가의 주요 10대 은행 가운데 첫 여성 CEO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고 평가했다. 프레이저 대표는 2018년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누가 됐든 월가 최초의 여성 CEO 탄생을 보고 싶다"고 말한지 2년만에 본인이 그 주인공이 됐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프레이저 대표는 월가에서 주목받아 온 대표적인 여성 금융인이다. 골드만삭스 런던지점에서 인수ㆍ합병(M&A)을 담당했고, 컨설팅회사 맥킨지앤드컴퍼니에서 10년간 경력을 쌓았다. 특히 맥킨지앤드컴퍼니 시절엔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며 성공한 '워킹맘'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2004년 씨티그룹 합류 이후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9년 씨티프라이빗뱅크 CEO에 이어 2013년 씨티모기지 CEO, 2015년 씨티라틴아메리카 CEO를 각각 거친 뒤 지난해 씨티은행장 겸 글로벌소비자금융 대표에 올랐다. 2014년과 2015년에 포춘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경제인 51'에 뽑혔다. 지난해 경쟁사인 웰스파고은행의 영입 제안을 뿌리치면서 유력한 차기 CEO 후보로 거론돼 왔다.

프레이저 대표에겐 화려한 등극만큼이나 험난한 앞 길이 놓여 있다는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익성 개선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존 두건 씨티그룹 회장은 "여러 사업 부문과 지역에 걸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그를 매우 신뢰한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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