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유산' 필요한 아베, 퇴임 전 미사일 저지 담화 발표

입력
2020.09.1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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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전 '적기지 공격능력 등 연내 제시' 강조
야당 "사실상 선제공격"...  전수방위 위배 논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1일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포함한 새로운 미사일방어체제에 관한 논의를 연말까지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퇴임으로 재임 중 마무리하지 못한 안보전략을 차기 정부에 맡긴 모양새지만, 번복되지 않도록 못을 박아 자신의 정치적 유산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뒤 발표한 담화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보유와 핵무기 소형화ㆍ탄두화 등을 거론한 뒤 "안보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미사일 저지에 관한 안전보장 정책의 새로운 방침을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억지력을 높여 탄도미사일 등에 의한 공격 가능성을 한층 저하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여당과 협의해 금년 말까지 이상적인 방책을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017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명분으로 지상배치형 미사일 요격체계인 '이지스 어쇼어' 2기를 미국에서 도입키로 결정했다. 배치 지역도 확정했지만 올 6월 기술적 결함을 이유로 도입 중지를 전격 결정했다. 아베 총리는 같은 달 18일 기자회견에서 이지스 어쇼어 대체 방안 마련과 함께 상대국의 탄도미사일 발사기지 등을 타격하는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달 28일 사의 표명 기자회견에서도 여당과 신속하게 협의해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적기지 공격능력은 북한ㆍ중국ㆍ러시아 등의 탄도미사일 능력 향상을 감안해 일본이 공격받기 전에 상대 거점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선제공격과 같은 개념으로 일본에서도 평화헌법에 근거한 전수방위(상대의 공격을 받을 경우 일본 영토ㆍ영해ㆍ영공 내에서 자위를 위한 최소한의 방위력 행사) 원칙 위배 논란이 적지 않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입헌민주당과 공산당에선 선제공격 능력 보유라며 반대하고 있다.

자민당은 미사일 방어 검토팀을 구성해 지난달 '상대 영역 내에 있는 탄도미사일 등을 저지하는 능력'을 보유하는 방안에 대한 제언서를 아베 총리에게 제출했다. 전수방위 원칙 위반 논란을 의식해 아베 총리도 이날 '적기지 공격능력' 대신 '미사일 저지 능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새 총리 취임 후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이 실시될 경우 정부와 여당이 적기지 공격능력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지스 어쇼어의 대안으로는 미사일 방어에 특화한 호위함을 증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이지스 어쇼어 도입을 전제로 세웠던 방위대강과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은 연말까지 재검토할 예정이지만 적기지 공격능력을 포함한 새로운 안보전략은 내년초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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