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양심에 따라 내린 결론이면 풍파에도 동요할 필요 없어"

입력
2020.09.11 10:58
법원의 날 대법원장 기념사


김명수 대법원장이 "어떤 재판을 좋은 재판으로 평가할 것인가는 오로지 국민의 몫"이라며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不動心)으로 재판에 더욱 집중하자"고 일선 법관들에게 당부했다.

김 대법원장은 11일 법원의 날(매년 9월 13일) 기념사에서 "취임 이래 사법부가 지난 과오를 바로잡고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헌법적 사명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말씀드려 왔다"며 △사법행정자문회의 출범 △고등법원 부장판사 직위 폐지 △법원행정처 상근법관 감축 등 그동안 개혁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하지만 사법부의 이러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과연 어떤 재판을 ‘좋은 재판’으로 평가할 것인가는 오로지 국민의 몫"이라고 며 "전원합의체 사건 선고를 모두 생중계하고, 판결서의 공개 범위를 미확정 판결로까지 확대하려는 것도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의 평가를 받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검토하고 있는 '변호사 법관평가제도'에 대해서도 "외부로부터의 평가가 당장은 낯설지 모르지만, 두려워 말고 오히려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는 성숙하고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김 대법원장은 최근 판결이 비판이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언급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으로 재판에 더욱 집중해, 재판을 통해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가 수호되고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도 정의가 무엇인지 선언할 수 있는 용기와 사명감이야말로, 제아무리 곁가지가 거세게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지금껏 사법부를 지탱해 온 버팀목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돌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법과 양심의 저울로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면 그 어떤 풍파가 몰아쳐도 동요할 리 없다"며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시기일수록 중요해지는 '공정한 재판'의 의미를 되새기자고 강조했다.

아직 국회에 계류중인 사법부 개혁 법안과, 현재 논의를 진행 중인 상고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은 합의제 의사결정기구로서 사법행정회의 신설, 법원행정처 폐지 및 법원사무처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의견을 이미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며 "사법행정 구조의 전면적 개편은 결국 큰 폭의 법률 개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상고제도에 대해서도 "폭증하는 상고사건 속에서 상고심 기능의 정상화를 위해 상고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형성돼 왔다"며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상고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을 더 이상 미루어 둘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날은 1948년 9월 13일 사법부가 미군정에서 사법권을 이양받고,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취임한 날을 기리는 법정기념일이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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