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엄호는 나서지만... 불안감 지우지 못하는 민주당

입력
2020.09.11 20:30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생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엄호에 나선 분위기다. 야당의 파상 공세에 “버텨야 한다”는 기류가 우세하다. 다만 국회가 자칫 추 장관 의혹으로 덮일 경우, 그 부담이 국정을 책임지는 민주당에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태 추이에 따라 요동칠 수 있는 여론도 부담이다. "국민 정서를 살펴야 한다"는 얘기가 동시에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에서는 11일 추 장관 거취와 관련해 “사과도 사퇴도 안 된다”는 강경론이 우세했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도 “거의 모든 의혹은 거의 사실이 아니다”(김종민 의원) “야당은 아니면 말고 식 터무니 없는 정치공세를 중단하길 바란다”(신동근 의원)는 옹호 발언이 주를 이뤘다. 비공개 때는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의 “자녀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민망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 ‘부적절 했다’는 문제제기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을 향한 엄호에는 이 사안이 자칫 정권 자체를 흔들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이어 추 장관까지 자녀 문제로 잇따라 낙마할 경우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가해질 수 있고, 이는 곧장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전략통으로 꼽히는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집권 하반기에 아무런 성과도 못 내고 레임덕을 앞당기는 결과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강력한 검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쉽게 물러설수 없는 이유다. 추 장관을 잃을 경우 검찰개혁의 동력을 잃을 뿐 아니라, 이를 대신할 카드를 고르는 것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이날 △부당한 검찰 인사 △부당한 수사지휘권 행사 등을 이유로 추 장관을 해임시켜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감쌌다. 청와대는 추 장관의 검찰 인사가 “인권ㆍ민생ㆍ법치 중심의 검찰업무 수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며,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에서 행사한 수사지휘권이 “검찰권 행사의 공정을 기하기 위해 부여 받은 최소한의 민주적 견제장치”라고 했다.

조국 전 장관 사태 때와 달리 국민 여론이 아직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지 않았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10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45.7%, 33.7%를 기록해 전주와 비교했을 때 오차범위(±2.5%포인트) 내를 유지했다. 한국갤럽의 11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46%였고, 민주당 지지율은 39%로 역시 지난주와 비교했을 때 오차범위(±3.1%포인트) 내였다. 야당에서 추 장관 아들 의혹을 '조국 프레임'으로만들어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실제 국민 여론은 당시와 다른 추세라는게 민주당 내부 판단이다.

하지만 불과 지난달까지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과 이상직 민주당 의원의 이스타항공 사태 책임론 등 다른 악재들을 고려하면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기류다. 뿐만 아니라 각종 개혁입법을 주도해야 할 정기국회에서 추 장관 문제가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들을 삼키는 부분도 고민거리다. 실제 이날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때도 추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해 좀 더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최고위원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추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당이 정면 대응하고 나섰으니 여론 변화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다수였다”면서도 “당이 사실관계를 떠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국민 정서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했다. 다른 최고위원은 “추 장관도 야당에 각을 세웠던 자신의 태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오랫동안 침묵을 지켜왔기 때문에 침묵을 깨고 입장을 표명하는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지용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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