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8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을 확정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피해 업종에 최대 200만원을 현금으로 주는 등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3조8,000억원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특수고용 노동자와 프리랜서 등 고용 취약 계층과 청년 특별취업지원 등에는 1조4,000억원이 할당된다. 하지만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나눠 준 지난 5월과 달리 피해 계층에 선별ㆍ집중 지원하겠다던 당초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밖에 없는 등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며 선별 지급 원칙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후 여당에서 17∼34세 및 50세 이상 내국인에게 통신비를 2만원씩 지원하는 방안을 공개했고,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왔다. 그러자 10일 문 대통령이 통신비 지원대상을 13세 이상으로 확대하자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당초의 원칙을 깼다. 게다가 20만원씩 지원하는 아동 긴급돌봄 지원 대상도 만 7세 미만에서 초등학생으로 확대해 결국 4차 추경은 ‘전 국민 푼돈 지원’ 예산이 돼 버렸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예측하기 힘들고, 4차 추경 전액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하는 등 재정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실직자, 일시 휴직자, 취업준비자는 계속 늘어 8월 말 250만명을 넘어섰다. 소상공인들의 매출은 업종에 따라 전년 대비 60~90%가 줄었다. 이들 피해 계층에 집중해도 모자랄 예산 중 9,000억원을 국민에게 2만원씩 쪼개 나눠 준 후 결국 대기업인 통신사 주머니에 들어가도록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하기 힘들다. 국회의 추경 논의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