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물 죽이는 선크림… 하와이·팔라우도 "사용 규제"

입력
2020.09.10 15:15
옥시벤존, 옥티노세이트 산호초 백화 현상 유발
관광 유명 국가들 하나둘 선크림 사용 규제 나서
환경단체 "인체 유해 여부 외에 환경 유해도 평가해야"

남태평양의 작은 섬 나라 팔라우는 올해부터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포함된 자외선 차단제 판매를 금지했다. 이 성분이 산호초의 백화 현상(하얗게 변하며 폐사하는 현상)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와이도 내년 1월부터 해당 성분이 들어간 자외선 차단제 판매를 막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화장품 업계와 규제기관들은 여전히 '인체 유해' 여부만 따질 뿐 '환경 유해' 성분 평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10일 "국내에 판매되는 선크림, 선스틱, 선스프레이 등 자외선 차단제 1만6,771개 가운데 상당수가 여전히 이 같은 해양 생태계 파괴 성분을 사용하고 있다"며 "환경과 사람을 위한 안전한 원료 사용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정부와 국회에 화장품 관리 기준을 국제적 흐름에 맞춰 강화하도록 화장품법 개정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자외선 차단제에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 성분을 금지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크게 물리적 차단제, 화학적 차단제로 분류되고 이들 성분은 화학적 차단제의 원료로 쓰인다. 화학적 차단제는 화학 성분이 자외선을 흡수해 열로 변환, 발산시키는 원리로 작동되는데 물리적 차단제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얼굴이 하얗게 '뜨는' 백탁 현상이 비교적 적어 소비자의 선호가 높다.

미용상으로는 효과적이나 환경에는 치명적이다. 화학적 차단제에 함유돼 있는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바닷물에 녹으면 산호초를 죽이고 바다 생물의 호르몬 체계를 교란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 산호초가 주요 관광 자원 중 하나인 팔라우, 하와이 등지에서 유례 없는 '선크림 금지법'을 만든 이유다.

국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화장품법에 따라 옥시벤존 함량을 5% 이하, 옥티노세이트를 7.5% 이하로 제한하고 있을 뿐이다. 식약처는 "하와이나 팔라우는 자외선 차단제 사용량이 워낙 많은 특수한 경우에 해당한다"라며 국가 차원에서 해당 성분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선을 긋고 있다.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국 활동가는 "화장품 안전 기준이 환경 유해성이 아닌 인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2년 전부터 문제제기를 해 왔지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해당 성분을 빼는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제주 연안에서 서식하는 연산호 역시 백화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정 활동가는 설명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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