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호 대행이 원하던 '선발 야구'… 한화가 달라졌다

입력
2020.09.1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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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한화 감독대행은 한화 지휘봉을 잡은 뒤 선발투수의 중요성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는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아무리 타선이 강한 팀도 어렵다"고 말했다. 최 대행은 "선발이 얼마나 버텨주느냐에 따라 불펜 운영 방향이 바뀐다. A급 불펜이라고 무조건 막고 B급 불펜이라고 무조건 실점하는 건 아니지만 확률상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공격 지표가 낮은 팀일수록 선발투수가 제 몫을 하지 못하면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선발투수가 불러오는 나비 효과를 강조했다.

9월 팀 평균자책점 깜짝 1위(3.50)를 달리고 있는 한화 상승세의 원동력은 '선발 야구'다.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행진이다. 지난 9일 대구 삼성과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등판한 김진욱은 6이닝 2피안타 무실점 역투로 7-0 완승을 이끌고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1차전은 4-4로 비겼지만 선발 김민우가 6이닝 6피안타 7탈삼진 3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4-2로 이긴 8일 삼성전에선 채드 벨이 6이닝 2실점했다. 6일 대전 KIA전에 나선 장시환도 6이닝 1실점으로 빼어난 투구를 했다. 이 경기는 4-8로 패했다. 최 대행의 말처럼 선발의 호투가 100% 승리 보장은 아니란 것도 확인한 경기였다.

선발의 안정세와 함께 마운드를 이끌고 있는 '영건'들은 한화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주로 불펜에서 뛰던 김진욱은 9일 처음으로 긴 이닝을 버티면서 선발로도 합격점을 받았다. 올 시즌 한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는 신인투수 강재민이다. 3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81을 기록하며 데뷔 첫 해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김진욱은 2000년생, 강재민은 1997년생으로 최 대행은 일찌감치 둘을 한화 마운드를 책임질 유망주로 꼽았다.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올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1994년생 윤대경도 9월 이후 4경기에서 3.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핵심 불펜 역할을 하고 있다. 김범수와 김민우도 1995년생으로 선발진의 희망이다.

한화는 지난달 31일 재활군에서 훈련하던 사이드암 투수 신정락이 KBO리그 처음으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발칵 뒤집어졌다. 육성군 소속 선수 1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한화의 2군ㆍ육성군 선수들은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컨디션 회복 기간까지 포함하면 2군 선수 수혈 없이 2주 이상을 버텨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용규 등 베테랑 야수와 젊은 투수진이 조화를 이룬 전화위복의 상승세로 불가능해 보였던 '탈꼴찌'란 말도 꺼내게 됐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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