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대중 앞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최초로 포착됐다.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등 개인 방역 준수에 힘쓰는 모습도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9일(현지시간) 오전 바티칸 사도궁 안뜰에서 500여명의 신자가 참석한 가운데 수요 일반 알현을 주례했다. 수요 일반 알현은 교황이 직접 주례하는 대표적인 대중 행사 가운데 하나로 코로나19가 유럽 내에서 급속도로 확산한 지난 3월 이후 온라인 중계 방식으로 진행되다가 이달 2일부터 기존 수천 명이 모이는 성베드로광장 대신 사도궁 안뜰에서 제한된 수를 대상으로 일반 신자의 참석이 허가됐다.
독일 dpa통신 등은 이날 교황이 사도궁 안뜰에 도착한 뒤 전용 차량에서 내리면서 마스크를 벗는 모습을 보여 신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황이 대중 앞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이 목격된 것은 처음이다. 교황은 약 1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한 채 신자들과 반갑게 인사했고 일부와는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다만,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축복을 내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신체적 접촉을 삼가는 등 각별히 주의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신자들과 인사를 마친 뒤 보좌진이 건넨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훈화에 앞서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자리에 앉아 거리 두기를 지켜 달라고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이후 훈화에서는 “코로나19는 개개인의 진정한 선(善)이 공공의 선이며 반대로 공공의 선이 또한 개인의 선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건강은 개인의 선을 넘어 공공의 선이다. 건강한 사회는 모든 이의 건강을 돌보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자국 우선주의 등을 예로 들며 바이러스 위기를 악용해 정략적 또는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행위에 대해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