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할아버지, 암 투병 중에도 손수 깎은 지팡이 1000개 기부

입력
2020.09.09 17:07
보은 서재원옹 노인회에 장수지팡이 1,000개 기증  
2015년부터 경로당 등에 4,700개 기부 릴레이



90대 할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한 손아래 노인들을 위해 지팡이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충북 보은군 산외면에 사는 서재원(92)옹은 9일 청주에 있는 (사)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를 찾아 지팡이 1,000개를 기증했다.

이 지팡이는 서씨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잘 말린 은행나무, 괴목나무를 손수 깎아 만든 것들이다.

그는 지역에서 손재주 꾼으로 알려져 있다. 눈썰미를 타고 난 그는 젊어서 목수를 하면서 나무 다루는 기술을 익혔다. 80세에 시작한 공예 실력도 남달라 이웃 주민들에게 짚공예를 가르치기도 했다.

지팡이를 만들어 기증하기 시작한 것은 목·허리 통증이 생긴 2015년부터. 지금까지 4,700여개를 만들어 고향인 보은과 이웃 괴산지역 노인들에게 전달했다.

그의 지팡이는 가볍고 튼튼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는 쇠고리로 손잡이와 대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절대 부러지지 않게 제작했다고 한다.

올해 초 암 수술을 받은 서씨는 “아픈 곳이 많지만 지팡이를 만들면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며 "몸이 허락하는 한 지팡이를 계속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광홍 노인회 충북연합회장은 “어르신의 사랑 실천에 감동받았다"며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하루 속히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는 이날 기증식에서 서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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