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바다인줄 알았던 제주 앞바다가 미세플라스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8월 16~17일에 걸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제주 해변 3곳(함덕, 사계, 김녕)의 미세플라스틱 현황을 조사한 결과, 스티로폼, 노끈 등 많은 양의 플라스틱이 발견된 데 이어 플라스틱의 생산 원료인 플라스틱 알갱이 ‘펠릿’까지 관찰됐다고 9일 밝혔다. 녹색연합은 "펠릿이 어떤 경로로 제주 해안까지 유입됐는지 확인할 순 없다"면서도 "제주 해양생태계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은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3곳의 미세플라스틱의 풍도(밀도)는 3만5,360~16만8,160개/세제곱미터(㎥)로 확인됐다. 정부가 조사한 18개 해변의 미세플라스틱의 풍도가 1만2,000~928만개/㎥의 범위를 보인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녹색연합이 조사한 제주 3곳은 정부의 조사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를 감안하면 조사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국내 해변도 상당 수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녹색연합은 특히 함덕과 사계 해변에서 플라스틱의 원료인 펠릿이 발견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보통 화학회사들이 제조한 5밀리리터(㎜) 이하의 펠릿을 녹여 만든다. 미세플라스틱을 1㎜ 이하가 아닌 5㎜ 이하로 분류하는 이유다.
플라스틱이 아닌 원료가 발견된 것을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제주 해변가에 펠릿이 관찰된 것에 대해 연구된 바 없지만 사람들이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라 원료가 발견된 것이기 때문에 녹색연합은 수년 전 해외에서의 펠릿 유출 사고를 비롯 국내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녹색연합은 "2012년 7월 홍콩 해안에서 태풍으로 플라스틱 알갱이 150톤이 바다로 쏟아졌고, 2017년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 정박한 선박 사고로 약 22억 5,000만개의 플라스틱 펠릿이 유출됐다"며 "이런 펠릿들이 해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제주 바다까지 쓸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 플라스틱 원료 공장에서 배출했거나 운송과정에서 분실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외에도 3곳 해변에서는 발포스틸렌(스티로폼)과 조각, 필름(비닐), 섬유 등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문제는 이 같은 미세플라스틱은 수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이를 먹이로 잘못 알고 섭취하는 해양생물이 늘어나고 있고 플라스틱 첨가제 독성에도 계속 노출 되고 있다고 한다.
허승은 녹색연합 활동가는 "해양수산부가 해양환경공단을 통해 국내 연안 미세플라스틱 분포 현황을 조사하고 있지만 이를 안다고 해도 수거할 방법이 없다"며 "버려진 후 수거하기 보다는 버려지지 않도록 하는 게 최우선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플라스틱 가운데서도 많이 발견되는 2차 스티로폼 부표 사용을 원천 금지하고 친환경 부표로 바꿔야 한다"며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을 억제할 수 있도록 모든 방면에서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