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금강불괴 모드’가 시즌 중후반까지 이어지고 있다.
8일 현재 데스파이네는 24경기에 출전해 무려 147.2이닝을 소화했다. 선발 출전 경기 수, 이닝 소화 모두 리그 전체 투수 중 1위다. 이 부문 2위 라울 알칸타라(두산ㆍ22경기 140.1이닝)와도 차이가 있다. 데스파이네는 9일에도 선발 출전한다.
데스파이네가 던진 투구 수를 보면 더욱 놀랍다. 2,481구를 던지며 역시 이 부문 단독 1위다. 알칸타라(2,269구)나 댄 스트레일리(롯데ㆍ2,225구)를 훌쩍 앞선다. 국내 선수 중에는 문승원(SK)이 20경기에서 16.2이닝 동안 1,859개의 공을 던졌고 양현종(KIA)도 21경기(114.0이닝)에서 1,960개를 투구했다.
이대로라면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35~36번 선발 출전해 220이닝 이상 3,570여개의 공을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치상 역대급 기록과 견줄 만하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단일 시즌에 가장 많이 선발로 출전한 선수는 페르난도 에르난데스(SK)로 2001년 34경기에 출전했다. 또 이승호(SK)가 2001년 34경기, 다니엘 리오스(두산)가 2006년과 2007년 33경기 출전한 적이 있다. 이닝 역시 리오스가 2007년 234.2이닝을 소화한 이후 13년째 220이닝 조차 던진 선수는 없다. 그나마 리오스의 기록은 ‘약물 기록’으로 의심받고 있다. 투구 수는 2001년 에르난데스가 2001년 4,144개를, 이승호가 3,687개를 던진 적이 있다. 최근에는 롯데 시절 조시 린드블럼으로 2015년 32경기에서 210이닝을 소화한 것이 최고 기록이다.
이는 데스파이네가 시즌 시작부터 꾸준히 ‘4일 휴식 후 등판’을 무리 없이 소화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선발 투수는 ‘5일 휴식’을 기본으로 하되 경기 일정에 따라 예외적으로 ‘4일 휴식’을 섞는다. 배제성 소형준 등 국내 선수들이 시즌 중간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데스파이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올해는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가 속출하고 있어 데스파이네의 팀 공헌도는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 훨씬 높다.
일각에서는 데스파이네의 체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강철 KT감독은 “데스파이네는 ‘4일 휴식’ 로테이션으로 100구 이상 던져야 원활하게 몸 관리가 된다고 말한다”면서 “본인이 괜찮다고 하는 만큼 지금 체력 관리를 따로 하는 건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투구 중에도 강약 조절을 한다. 스스로 체력 관리를 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젊은 투수들도 그에게 많은 조언을 얻고 있다. 올 시즌 신인 소형준은 데스파이네에 대해 “강약 조절을 잘한다”면서 “위기 상황이어도 항상 침착하고 수비 실책이 나오면 더 파이팅한다. 이런 점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