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ㆍSK이노 전기차 동맹 강화…정의선ㆍ최태원 ‘배터리 회동' 결실

입력
2020.09.0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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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생산ㆍ공급ㆍ재사용ㆍ재활용 등 생애주기 전반 협력
현대차그룹, 2025년까지 전기차 23종 출시…SK그룹과 그린뉴딜ㆍ모빌리티 협업 기대

현대ㆍ기아자동차와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동맹을 한층 더 강화한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부터 공급, 재사용ㆍ재활용 등 ‘배터리 생애 주기(라이프 사이클)’ 전반에 걸친 협력에 나서면서다. 지난 7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배터리 회동’을 가진 이후 나온 첫 결과물이다.

현대ㆍ기아차와 SK이노베이션은 8일 리스ㆍ렌탈 등 전기차 배터리 판매 뿐만 아니라 관리와 재사용 및 재활용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새롭게 다져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기존 배터리 공급 중심으로 이뤄졌던 방식과 다르게 ‘서비스형배터리(BaaS)’로 불리는 배터리 생애 주기를 감안한 선순환적 활용을 목표로 한다. 양측은 이번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재활용에서 생산으로 이어지는 자원의 선순환 체계 구축 및 소재 공급 안정성 강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전기차와 배터리 재사용을 연계한 최적 설계 및 이를 통한 부가가치 최대화 등의 시너지 효과도 도모한다.

우선 양사는 기아차 ‘니로EV’에 탑재되는 배터리팩을 수거ㆍ검증하는 실증 협력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다른용도로 사용하는 ‘배터리재사용’과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주요 금속을 추출하는 ‘배터리재활용’ 등 부가가치와 친환경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은 “SK이노베이션과의 협력은 시너지 극대화의 첫걸음을 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현대ㆍ기아차의 전기차 경쟁력 강화는 물론 친환경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대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현대ㆍ기아차와 배터리 개발ㆍ재활용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생애 전 과정에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배터리 전후방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신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두 달전 정 수석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공장을 찾아 최 회장과 만남을 갖고 급물살을 타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배터리 생애주기 산업 협력을 시작으로 두 그룹이 보유한 다양한 인프라, 기술역량 등에서 시너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2025년까지 23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해 100만대 판매, 세계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하는 만큼 앞으로 그린뉴딜과 미래 모빌리티 관련 산업에서 다양한 협업이 전망된다.

양사는 전동화 분야에서 오랫동안 협력을 이어왔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ㆍ기아차가 생산하고 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와 기아차 니로EV, 쏘울EV 등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ㆍ기아차가 2021년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1차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하고 최상의 성능 확보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이 계약은 5년간 50만대(약 10조원)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국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 중 최대 규모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한국수력원자력, 바르질라, OCI, 한화솔루션 등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관련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판로 확보 및 시장 개척에 힘써왔다. 이번 SK이노베이션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및 인프라를 확보해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 영역 또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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