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였던 종양이 3㎝ 넘게 커졌습니다.”
8월 초 췌장암 선고를 받은 70대 박모씨의 아들 A씨는 “치료 중인 대학병원에서 처음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을 때 종양 크기는 1.2㎝였는데 개복 했더니 3㎝가 넘는다고 했다”며 “한달 사이에 2배 넘게 커진 건데, 수술이 밀린 영향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8일 한국일보에 “담당의가 췌장암이 초기에 전이 없이 발견되는 건 기적이라고 했는데, 수술이 늦어지는 바람에 5년 생존율은 더 낮아졌다”며 “다른 병원을 빨리 알아봤기에 다행이지 더 늦었으면 어머니의 수술이 불가한 상황이 됐을지 모른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초 검사를 받은 대학병원에선 의료계 1, 2차 총파업과 그 사이 이어진 전공의 집단 휴진(파업)으로 수술일정을 장담할 수 없게 됐고, 다급해진 A씨는 서울 시내 주요 대형병원 여러 곳에 수술을 예약했다. 서울대병원 등은 “9월 중엔 수술을 장담할 수 없다”며 수술 연기·취소를 통보했고, 수술이 가장 먼저 가능한 국립암센터에서 지난 3일 수술을 받았다.
그는 “암환자들에겐 집단 휴진이 생명을 단축시킬 정도로 치명적”이라며 “위자료나 금전적 손해배상청구도 고민해봤지만, 이미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뒤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박씨는 가까스로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도 수술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들은 피 마르는 심정 호소하고 있다. 암환자들의 온라인 카페 ‘아름다운 동행’에는 지난달 간암 4기 선고를 받은 60대 환자의 보호자 B씨가 “의사 파업으로 지난달 29일 입원 예정이었는데 수술일정이 연기됐다”며 “애가 타 미치겠다. 약물 치료라도 하고 싶다”고 썼다. 3일 입원 예정이던 소아암 환자의 부모도 “병실이 없어 입원이 어렵다고 안내 받았다”며 “암이 재발해서 전이되거나 더 커질까 애가 타는데 병원에서 아직 연락이 없다”고 적었다.
서울 시내 주요 수련병원 관계자는 “7일 밤 전공의 절반이 복귀했고 8일 오전 대다수가 돌아왔다”라며 “하지만 취소·연기된 수술 일정을 다시 조정하고 진료가 정상화하려면 빨라도 2주, 최대 1달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