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36ㆍ미국)이 '톱시드의 저주'를 풀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9~20시즌 '골프의 왕'에 올랐다.
존슨은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파70ㆍ7,319야드)에서 끝난 PGA투어 2019~20시즌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4,500만달러) 마지막 날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9타를 적어낸 존슨은 저스틴 토머스와 잰더 쇼플리(이상 27ㆍ미국)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존슨은 경기 후 "훌륭한 선수들이 추격해, (3라운드까지 5타를 앞서도) 여유 있는 리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꼭 챔피언에 오르고 싶었는데 오늘 그 소원을 이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성재(22ㆍCJ대한통운)는 4R 이븐파를 쳐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로 단독 11위에 자리했다.
이번 대회 시작 전부터 존슨의 우승 가능성은 초유의 관심사였다. 투어 챔피언십은 페덱스컵 랭킹에 따라 보너스 타수를 부여하는 스트로크 보너스 방식으로 치러져 랭킹 1위는 무려 10언더파의 이점을 안고 시작한다. 하지만 우승에 유리한 랭킹 1위가 최종 1위에 오르지 못하는 일이 오랫동안 반복되며 ‘톱시드의 저주’라는 말까지 붙었다. 이 저주는 타이거 우즈(45ㆍ미국) 이후 지난 10년 동안에도 계속됐다.
플레이오프 1차전(노던 트러스트) 우승ㆍ2차전(BMW 챔피언십) 준우승을 거둔 존슨은 이 대회 1라운드부터 단 한 번도 1위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욘 람(26)과 공동 1위에 올랐던 1라운드를 제외하곤 모두 홀로 1위를 지켰다. 3라운드에서 존슨에 5타 차로 2위에 올랐던 토머스 역시 "존슨이 확실히 경기를 잘하고 있다"며 그의 활약세를 칭찬했다.
마지막날 3ㆍ5ㆍ6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타수를 줄인 존슨은 7ㆍ8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잠시 주춤했다. 후반 들어 2위 그룹에 있던 토머스와 쇼플리가 그를 2타 차로 쫓아오며 위협했다. 그러나 존슨은 흔들리지 않았고, 16번홀(파4)에서 벙커샷으로 위기를 탈출하는 등 후반 내내 파행진을 벌이며 타수를 지켰다. 반면 토머스는 17번홀(파4)에서 2.5m 파 퍼트를 놓치며 존슨과 3타 차로 멀어졌고, 쇼플리마저 타수를 더 줄이지 못해 결국 우승컵은 존슨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로써 PGA통산 23승이자 올해 3번째 우승컵을 손에 든 존슨은 처음으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서 시즌 챔피언에 등극했다. 앞서 존슨은 2016년 투어 챔피언십에서 로리 매킬로이(31ㆍ북아일랜드)에게 따라 잡히며 챔피언 자리를 내어준 적이 있는데, 4년 만에 다시 찾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또 2007년 창설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대회에서 총 6번 우승하며 매킬로이(5승)를 제치고 최다승 부분에서 단독 1위에 올랐다.
존슨은 여기에 1,500만달러(약 178억원)의 보너스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돈과 명예 중 어느 것이 더 의미 있냐'는 물음에 존슨은 "챔피언은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명예"라며 "상금 보너스보다 트로피가 더 소중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 존슨은 "챔피언 등극은 선수 기간에 꼭 이루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오늘 그 소원을 달성했다"며 "또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막을 내린 PGA투어는 사흘 후인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내파의 실버라도 리조트 앤 스파(파72ㆍ7,166야드)에서 2020~21 시즌 개막전을 갖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이례적으로 짧은 휴식기간을 갖는 PGA투어는 다음 시즌 동안 무려 50개 대회를 개최한다. 예정대로라면 올림픽과 라이더컵도 함께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