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3ㆍ토론토)이 이번에도 '양키스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펄로 살렌필드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홈런 3방을 포함해 안타 6개를 맞고 5실점했다. 두 차례 정정 끝에 2.51까지 낮췄던 평균자책점도 3.19로 치솟았다. 지난달 6일 애틀랜타전부터 이어온 6경기 연속 '5이닝 이상, 1자책점 이하' 기록도 중단됐다. 5실점은 7월 31일 워싱턴전에서 기록한 시즌 최다 실점과 타이다. 2-5로 뒤진 6회초 교체돼 패전 위기에 몰렸던 류현진은 타선이 폭발해 12-7로 승부가 뒤집어지면서 패전은 면했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홈런 3방을 허용한 건 토론토 이적 후 처음이다.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지난해 8월 24일, 그때도 류현진은 양키스를 만나 홈런 3개를 얻어맞았다. 그전까지 시즌 평균자책점 1.64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향해 순항하던 류현진은 양키스를 넘지 못해 1점대 평균자책점이 무너졌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데뷔 첫 해인 2013년 6월 양키스와의 첫 맞대결에부터 패전(6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이번 3번째 만남에서도 악연을 끊지 못하며 양키스전 통산 평균자책점은 8.80이 됐다.
토론토는 올 시즌 양키스와 치열한 동부지구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아직도 9차례나 더 만나야 한다. 당장 다음 등판에서 양키스를 다시 상대할 가능성이 높은 류현진이 어떤 투구를 하느냐에 따라 토론토의 가을야구 성패도 달려 있다. 류현진은 경기 후 화상 인터뷰에서 "제구는 나쁘지 않았다. 상대 타자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음 양키스전에선 잘 던지겠다"고 설욕을 다짐했다.
류현진은 이날 컨디션부터 좋지 않아 보였다.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45㎞(90.4마일)에 그쳤다. 포심과 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3㎞(88.8마일)였다. 올해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90마일(약 145㎞) 이하였던 경기는 이날과 7월 31일 워싱턴전 두 차례뿐이다. 1회초 1사 후 루크 보이트와 에런 힉스에게 연속 타자 홈런을 허용한 공도 모두 시속 145㎞(89.9마일)의 밋밋한 직구였다. 1루에서 3루 방향으로 부는 살렌필드의 거센 바람도 류현진을 괴롭혔다. 직구가 말을 듣지 않자 체인지업 위주로 패턴을 바꿨지만 직구가 수반되지 않은 변화구 역시 위력이 반감됐다. 타선이 동점을 만들어 안정을 찾는 듯했던 류현진은 4회초 1사에서 다시 미구엘 안두하르에게 가운데 몰린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좌중월 솔로 홈런을 내줬다. 5회엔 연속안타로 2사 1ㆍ2루 위기에 몰리더니 클린트 프레이저에게 좌익선상 싹쓸이 적시 2루타를 맞고 2점을 더 주며 무너졌다.
토론토 타선은 2-6으로 뒤진 6회말 10점을 몰아치며 대역전승을 거뒀는데 토론토의 1이닝 10득점은 2010년 9월 1일 탬파베이전 이후 10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