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대 학장들 “의대생들 학교로 돌아오라”

입력
2020.09.07 18:45
"지금은 본업인 학업에 충실할 때"
국민에게도 "인내심 가져달라" 부탁

국립의과대와 의학전문대학원 학장들이 휴학 중인 의대생들에게 학업 복귀를 당부하는 공식 성명서를 냈다.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와 당ㆍ정의 합의 이후에도 의대생들이 국가시험거부를 고수하며 사태가 다시 꼬일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교수들이 복귀를 촉구하고 나선 것으로 이를 계기로 출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국립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 학ㆍ원장회의 일동(학ㆍ원장회의)은 7일 성명서를 내고 “의과대학 학생 여러분은 이제 학교로 돌아와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훌륭한 의사가 되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학ㆍ원장회의는 “의료계가 합의한 절차와 내용에 대해 아쉬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의료제도의 개선은 하루 이틀 만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관심과 참여를 통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장차 의사가 되어서도 항상 국민 건강을 위해 바람직한 의료 제도를 만드는 데 기꺼이 참여하기 바란다”며 “그러나 지금은 여러분의 본업인 학업에 충실히 임해 앞으로 우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의학 발전에 이바지할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국민들에게는 “저희 학생들의 고민과 진심을 헤아려주시고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시기를 정부와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했다.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의대생 14%만 참여 의사를 밝힌 의사 시험 일정을 정부가 8일로 못 박은 데 대해 구제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으로 볼 수도 있다.

학ㆍ원장회의는 당ㆍ정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해 벌어진 이번 전공의 등 집단 휴진과 관련해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공공의대 설립 등을 비롯한 의료정책과 관련된 젊은 의사들의 파업과 의과대 학생들의 국가고시 거부 및 동맹 휴학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ㆍ여당과 의협이 4일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 중단과 파업 종료를 맞교환 하는 합의에 이른 데 대해 “다행”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성명에는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가나다 순), 경북대 의대, 경상대 의대, 부산대 의대, 서울대 의대, 전남대 의대, 전북대 의대, 제주대 의대ㆍ의전원, 충남대 의대, 충북대 의대 학장 또는 원장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한명인 서울대 의대 신찬수 학장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의대 정원 증원 등 정책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혹시라도 의대생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스승인 우리 교수들이 나설 것”이라며 “정당한 주장을 하는 제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것이나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의대생을 두둔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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