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창고에 보관 중이던 한국 대표 조각가 권진규(1922~1973)의 작품 700여점이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7일 “권진규기념사업회가 작품과 기록물 700여점을 기증키로 했다"며 "현재 구체적인 절차를 논의 중"이라 밝혔다. 권진규기념사업회도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을 기증, '권진규 상설전시관'이 내년 상반기 개관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 중"이라 밝혔다.
한국 근현대 조각 거장으로 꼽히는 권진규의 작품은 그간 우여곡절을 겪었다. 권진규 유족은 2015년 춘천에 권진규미술관을 짓는 조건으로 춘천 광산업체인 대일광업에 작품 700여점을 시세보다 훨씬 낮은 40억원에 일괄 양도했다. 하지만 미술관 건립이 미뤄지면서 양측을 법적 다툼을 벌였고, 이 와중에 권진규의 작품 일체가 대일광업이 빌린 돈에 대한 담보로 대부업체 측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달 1심을 맡은 춘천지법은 대일광업 측에 40억원을 받고 다시 미술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유족 측은 내년 3월 말까지 대부업체에 대일광업 측이 변제해야 할 대금을 지급하고 작품을 인수하기로 했다.
1922년 함흥에서 태어난 권진규는 일본 무사시노미술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한 뒤 귀국, 조각 작품으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유족은 권진규의 작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2004년에는 하이트맥주와 미술관 건립 계약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 때도 하이트맥주의 경영난으로 미술관 건립이 어려워지자 작품을 되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