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행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우편물을 받지 않았다면 수취를 거부한 순간 우편물이 도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토지소유주 A씨가 B주택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손실보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2월 B조합에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의뢰해 토지 보상금을 책정하라”는 재결신청 청구서를 세 번이나 보냈지만 수취가 거부됐다. 앞서 A씨는 B조합이 사업을 추진하는 경기 안양시 일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기간 내 분양 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 청산 대상자가 됐다. A씨가 조합과의 보상금 협의가 무산되자 규정에 따라 청구서를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B조합은 오히려 “그 동안 청구서를 받지 못했다”며 1년 뒤에야 지방토지수용위에 보상금 책정을 신청했다.
A씨는 이에 “손실보상금 및 지연가산금 총 8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B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B조합이 처음 수취를 거절한 2016년 3월 2일부터 A씨의 재결신청 청구 의사를 인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늦어진 만큼 배상해야 한다는 게 A씨측 주장이었다. 사업주가 땅 소유주의 재결신청 청구를 받고도 60일 이내 지방토지수용위에 신청하지 않으면 보상금의 15%에 달하는 지연가산금을 땅 소유주에게 줘야 한다.
쟁점은 A씨가 보낸 청구서가 조합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1ㆍ2심은 “청구서가 조합에 도달하지 않아 B조합이 A씨의 의사를 알 수 없었다”며 “지연가산금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우편봉투 겉면 발송인 란에 A씨의 이름 없이 대리인(C 법무법인) 이름만 있어 조합이 재결신청 청구 의사를 알 수 없었다”고 보았다. 따라서 B조합에 손실보상금 3억2,000여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원심을 깨고 “조합이 수취를 거절하고 반송했다고 하더라도 A씨의 의사 표시가 도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B조합은 법무법인이 발송한 내용증명 방식의 등기우편물을 받았다”며 “(내용증명이 도착했다는 것으로 미뤄 이 우편물이) 사회통념상 중요한 권리행사를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A씨측이 열흘 간격으로 세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우편물을 발송했는데도 B조합이 계속 수취를 거절한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의식을 갖고 수취를 거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가 재결신청 청구서를 보낼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에서 B조합이 계속적으로 수취를 거부한 것은 고의가 의심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