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권 의대ㆍ대학병원 설립 '물거품'되나

입력
2020.09.07 14:56
의료파업 후폭풍 숙원 사업 차질 우려
정치권 불신 국회의원들 책임론 불거져  
해당 대학들  "재검토서  적극 반영 희망"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의사협회 간 합의로 의료계 파업은 중단됐으나 의대 정원 확대를 골자로 한 공공의료 체계 확대 계획이 주춤하면서 전남도민의 30년 숙원인 의과대학ㆍ병원 신설은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5개항으로 이뤄진 '대한의사협회ㆍ민주당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에 각각 서명했다. 이날 합의로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안정화까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의료계는 파업을 철회하고 즉각 현장에 복귀했다.

이로 인해 의료공백 대란은 막았지만, 의료 취약지역인 전남에 의대를 신설하기로 한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남지역 국회의원 '책임론'이 불거졌다.

7일 전남도와 지역정가 등에 따르면 기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방침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30년의 숙원을 기대했던 도민들은 정부와 의료계에 대한 실망과 우려감을 표출했다. 정치권도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실제로 전남지역사회단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 등 합의로 의료 파업은 일단락 됐지만 열악한 의료현실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민 숙원은 "또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4일 호소문을 내고 "의사협회와 정부 여당은 전국 시ㆍ도 중 유일하게 의과 대학이 없는 도민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 향후 의정협의체 논의 과정서 전남 의대 신설이 꼭 포함돼 농어촌 주민 건강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주문했다.

목포지역 시민단체는 "정부 정책이 이해집단의 파업에 굴복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대응은 코로나19를 볼모로 파업하는 의료계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그동안 발언과도 매우 달라 혼란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기영 순천대 의대설립추진단장은 "민주당과 의협의 합의에 의료소외 지역 의대신설이 빠진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신안군은 고령인구 비율 22.6%, 장애인 비율 7.6%로 의료취약계층 비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고, 섬도 가장 많아 의료 접근성이 매우 취약해 의과대학이 꼭 필요하다"면서 "전남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뭐했냐"고 비난했다.

앞선 7월 23일 정부와 민주당은 당정협의회를 열고 공공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정원 확충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을 통해 전남지역의 의대 신설을 사실상 확정, 도민들은 환영했다. 당시 당정은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 신설을 적극 검토ㆍ추진할 계획"이라며 "지자체 및 해당 대학의 의지와 실행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존 의대 정원 증원과는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 대학들도 술렁이고 있다. 전남 의과대학 유치를 놓고 경쟁 중인 목포대와 순천대도 이번 합의로 자칫 "의대 설립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두 대학은 정부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향후 재논의 때 전남지역 의대신설 문제가 적극적으로 반영되길 바라고 있다.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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