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사각' 고속도로 휴게소, 추석명절 어쩌나...도로공사 '비상'

입력
2020.09.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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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등 전국 각지 사람 몰리지만 방역수칙 느슨
발열체크기, 출입명부 비치됐지만... '장식용'
이용객, 출입구 많아 방역수칙 적용 애로

주말 연휴인 6일 오후 3시,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칠곡휴게소. 흡연실 이용객 한 명이 몇 차례 잔기침을 하자 다른 한 명은 밖으로 나가 연기를 뿜었다. 휴게소 한 게임센터 입구에는 손소독 안내와 입장객 명부가 비치돼 있었지만 안내 직원도, 명부에 이름을 적는 사람도 없었다. 화장실과 식당 입구에 설치된 발열체크기도 이곳에선 ‘장식품’에 불과했다. 결혼식 참석을 위해 서울에서 온 김재홍(32)씨는 “대구 진입 전 마지막 휴게소라 들렀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도, 이를 제지하는 사람도 없어 많이 놀랐다”며 “평소 주말이 이런 상황인데, 추석 연휴 때엔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1주 연장된 가운데 ‘민족 대이동’ 추석을 앞두고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인구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 인구가 각 지방으로 장거리 여행을 가면서 휴식을 취하는 곳이지만,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방역수칙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비슷한 시각 서울춘천고속도로 서울방향 가평휴게소. 주말을 이용해 동해안 등을 찾았다 복귀하는 이들로 붐볐지만, 식당과 화장실, 매점 입구는 체온을 재거나, 거리 두기, 출입명부 작성을 안내하는 직원은 없었다. 휴게소 이용객 김모(72)씨는 "개인정보 유출이 꺼려지는 탓인지, 대부분이 출입명부를 작성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구포항고속도로 대구방향 영천휴게소,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휴게소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옥수수와 핫바, 꽈배기 가게 앞에 줄이 늘어서 있었지만 간격 유지를 요청하는 직원은 없었다. 인천에서 온 김모(41)씨는 “코로나로 시내는 텅 비다시피 했는데, 휴게소에서 내려 붐비는 사람들을 보고 놀랐다”며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대구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 참석했던 창원의 60대 확진자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감염됐고, 서울 시내 카페와 편의점, 빵집, 아이스크림 가게 등에선 발열체크, 방명록 작성 의무는 물론 앉아서 먹을 수조차 없는 강력한 방역 수칙이 적용되고 있지만, 고속도로 휴게소는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죽암휴게소의 출입명부와 발열체크는 구색맞추기식이었다. 이날 오후 2시쯤 명부에 기록된 인원은 20여명에 불과했다. 휴게소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식사하고 가려는 손님들에게 줄 서서 이름 적으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뜩이나 매출이 떨어진 상태에서 별도 직원을 배치하는 것도 무리”라고 말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195개(민자 25개 제외) 고속도로 휴게소에 대해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한계는 뚜렷하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고속도로 휴게소 시설에는 출입구가 많아 입구마다 줄을 세워 발열체크나 명부작성을 요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신종 코로나 확산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이번 추석 기간 고향방문 자제 요청에 나섰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KTX, SRT 등이 거리 두기 일환으로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좌석 절반을 비워서 운행하기로 하면서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해 귀성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귀성 자제’와 함께 ‘휴게소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칠곡= 김재현 기자
청주= 허택회 기자
가평=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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