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투기가 추락했다. 인도는 "대만 미사일에 격추된 것"이라며 환호했고, 대만은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다. 당사자인 중국은 가타부타 해명 없이 입을 닫았다. 그 사이 사고 장면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진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인도의 트위터 계정 'News Line IFE'에 4일 휴대폰으로 촬영된 여러 편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중국 농촌 민가지역이 불길에 휩싸여 검은 연기가 치솟고 들것에 실린 조종사가 구급차에 실려가는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비행기가 추락하던 상황을 설명하며 연신 안타까워하고 출동한 군인들은 현장을 수습하고 있었다. 영상에는 "대만과의 중간선을 넘은 중국의 수호이-35 전투기가 대만 패트리어트(PAC-3) 미사일에 격추돼 광시성 구이린에 추락했다"는 설명이 달렸다.
대만해협과 구이린은 약 800㎞ 정도 떨어져 있다. 전투기 추락을 대만 미사일과 연관 짓기엔 터무니없는 거리다. 하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지난해 4월 "영공을 침범하는 중국 전투기를 격추하겠다"고 선언한데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된 터라 관심이 고조됐다. 대만 자유시보 등은 "지난달 미국 보건장관의 대만 방문에 맞춰 중국은 젠(J)-10, 젠(J)-11 등 주력 전투기 20여대를 푸젠성과 대만섬 사이 중간선 너머로 출격시켰다"고 전했다.
논란이 증폭되자 대만 공군사령부는 6일 "명백한 가짜 뉴스"라고 일축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 전투기의 추락 사실 자체를 부인하진 않되 대만이 관련돼 있지는 않음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은 아예 침묵으로 일관했다. 관영 환구시보가 이날 '가짜 뉴스'라는 대만 매체의 보도를 인용한 것이 전부였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사고 지역의 작전기종에 비춰 수호이가 아닌 중국 젠(J)-10 전투기가 추락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인도에서부터 해당 동영상이 확산된 건 국경분쟁으로 인한 반중 정서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인도의 민족주의가 개입해 중국의 전투기 추락사고에 대만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함구하면서 사고에 대한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 군용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2,000여회 정찰비행을 하며 압박한 터라 중국은 이번 사고를 선뜻 공개하기 어려운 처지다. 자칫 항공력의 열세를 드러내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초에도 중국 젠(J)-7 전투기가 훈련 도중 추락해 조종사가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