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을 되찾은 임성재(22ㆍCJ대한통운)가 남자프로골프(PGA)투어 투어챔피언십(총상금 4,500만달러) 2라운드에서 한 타 차 단독 2위로 올라서며 1,500만달러(약 178억원)의 우승 상금에 성큼 다가섰다.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미국에 집을 장만하고 싶단 마음을 밝힌 임성재는 남은 이틀동안 역전 우승을 노린다.
임성재는 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파70ㆍ7,319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4타를 기록, 이번 라운드 최저타를 쳤다. 중간합계 12언더파를 기록한 임성재는 단독 1위 더스틴 존슨(36ㆍ미국)에 1타 차로 단독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투어 챔피언십은 '왕중왕전'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의 마지막 대회로, 페덱스랭킹 30위까지만 참여가 가능한 대회다. 최근 부진하던 임성재는 미리 쌓아놨던 포인트 덕에 투어 챔피언십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투어가 중단되기 전까지 대회 우승 1회, 준우승 1회를 기록하는 등 호성적을 썼지만 중단 이후 기세가 꺾였다. 11개 대회에서 4차례나 컷 탈락했고, 앞선 두 차례 플레이오프 대회에서도 컷 탈락(노던 트러스트)과 공동 56위(BMW챔피언십)를 기록했다.
마지막 기회에서 반전을 노리던 임성재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서 투어 챔피언십을 시작했다. 한 시즌을 결산하는 대회인 투어 챔피언십은 스트로크 보너스 방식으로 치러지는데, 페덱스컵 랭킹에 따라 보너스 타수가 주어진다. 페덱스컵 9위에 올라있던 임성재는 4언더파 공동 6위에서 대회를 시작했다.
1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6위를 지켜낸 임성재는 이날 3ㆍ4번홀에서 버디 2개를 연달아 잡은 후 보기를 범했지만, 바로 뒤인 6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타수를 만회했다. 자신감이 살아난 임성재는 마지막 18번홀(파5)을 버디로 마무리하며 이날 부진하던 존슨과 한때 공동 1위에도 올랐지만, 존슨이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집어넣으며 1타 차 단독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임성재는 경기 후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지난 몇 주 동안 자신감 있게 경기하지 못했다"며 "지난 주엔 스윙할 때 좀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투어 중단 전 내 스윙과 비슷해졌단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지금에서야 거의 모든 게 돌아왔다고 느껴지고, 좋은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내 남은 이틀동안 계속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라운드에서 드라이브 정확도 71.43%에 그린 적중률이 88.89%일 정도로 좋은 감각을 자랑한 임성재는 3ㆍ4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을 노린다. 만약 임성재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약 178억원 규모의 우승상금은 물론, 투어 챔피언십 역대 두 번째 최연소 우승자 기록도 세운다. 만 22세 5개월인 임성재는 2015년 우승자인 조던 스피스(27ㆍ미국)의 당시 나이보다 2개월 많다. 또 기존 한국인 최고 성적인 최경주(50ㆍSK텔레콤)의 2007년 공동 3위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다.
임성재는 "우승 상금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경기할 땐 최대한 생각하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려 한다"면서도 "1,500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다면 미국에서 집을 사고, 편안한 노후를 위해 저축을 할 것 같다"고 소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