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파산 위기에 몰린 이스타항공이 오는 7일 600여명의 정리해고 명단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가 우려해온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질 경우 항공사들이 상반기까지도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확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다음날 정리해고 대상자 600여명의 명단을 사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6대를 운항하는 데 필요한 인력 420명을 제외하고 700여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지난달 이미 98명이 희망퇴직을 했기 때문에 남은 감원 인력은 600여명 규모로 예상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현재 회사가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상황이라 그나마 인력 감축을 해야 해당 직원들이 실업 급여나 체당금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체당금은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체불 임금의 일정 부분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 M&A 무산 이후 다른 인수 후보자를 찾으면서 법정관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을 시작으로 국내 항공업계 구조조정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업황 회복이 더뎌지면서 업체 대부분이 유동성 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자본잠식율이 50%에 육박하는 아시아나항공은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과의 M&A가 무산되면서 업계에선 채권단이 일시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관리하면서 정상화시킨 뒤 재매각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채권단 관리가 시작되면 경영진 교체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조직 슬림화가 진행될 거란 전망이다. 현재로선 아시아나항공(1만여명), 아시아나에어포트(2,300여명), 에어부산(1,442명), 아시아나IDT(600여명), 에어서울(400여명)의 근로자 총 1만5,000여명 중 얼마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관측조차 힘든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부터 전 직원이 15일 이상 무급휴직을 쓰고 있다. 현재 전체 인력의 50%만 근무한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적인 수혈과 동시에 추후 매력 있는 매물이 될 수 있도록 경영 쇄신과 개선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2016~18년에 저강도 구조조정을 실행한 바 있어 인력 감축이 현실화하면 직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