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경기가 결승전이란 생각으로 임할 거에요."
부진에 허덕이던 강원FC를 살려낸 건 '특급 조커' 김지현(24)이었다. 한 달 반 승리의 맛을 보지 못하던 강원은 김지현의 맹활약으로 대어 전북현대를 잡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김병수(50) 강원 감독의 필승 카드 김지현은 누구와의 경기라도 이겨낸다는 생각으로 다가오는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준비 중이다.
시즌 4ㆍ5호 골을 작성하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18라운드 베스트11으로 선정된 김지현은 4일 한국일보에 "팀이 오랫동안 승리를 얻지 못하다 전북이란 강팀을 상대로 1승을 챙겨올 수 있다는 게 기쁘고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김지현의 멀티골을 앞세워 전북에 2-1로 승리한 강원은 5승 6무 7패로 승점 21점을 쌓아, 리그 6위로 올라섰다.
김지현의 말처럼 강원은 지난 7월 12일 광주FC와의 11라운드 홈경기에서 4-1 승리를 거둔 후 오랫동안 승리에 목말라있었다. 7월 중순부터 이어진 무승 릴레이는 8월 말까지 이어졌고, 전북전 이전까지 6전 4무 2패를 기록 중이었다. 여기에 부주장 한국영(30)까지 지난달 2일 상주와의 경기에서 공중볼 경합을 하다가 의식을 잃는 사건까지 빚어지며 팀 분위기는 더욱 침체됐다. 김지현은 "승리가 없으니 선수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상황에서 우리 팀의 주축인 국영이 형까지 빠져 타격이 있었다"고 당시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8월 마지막 상대로 2위 전북을 마주하면서 8월달에도 승리는 물 건너갔단 예측이 잇따랐다.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 강원이 전북을 누른 적 있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의 전북은 여름 이적생 구스타보(26)의 활약을 앞세워 5연승을 내달리고 있었다. 김지현은 "선수들과 경기를 준비하는 동안 반드시 승리해야겠다는 각오로 소통을 조금 더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양팀 무득점 상황, 1점이 간절한 때 김 감독은 김지현을 조커로 투입했다. 그가 올 시즌 '필승카드' 역할을 충실히 해왔기 때문이다. 전북 전 이전까지 터트린 3골 중 2골이 교체로 들어가 터트린 득점이었고, 최근엔 지난 8일 상주와의 경기에서 교체투입돼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로 극적인 무승부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김지현은 선제골에 이어 경기 막바지 쐐기골까지 터트리며 대활약을 펼쳤다. 김지현은 "(감독님께서)그날은 특별한 주문이 없으셨지만, 연습 때마다 늘 조금 더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셨다"며 "모든 선수가 선발로 뛰면 좋겠지만, 감독님이 전ㆍ후반 언제 뛰게 하시든 (믿기에)개의치 않고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했다.
멀티골을 터트린 김지현은 뛸 듯 기뻤다. 그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고 마냥 좋았다"며 "이겼다는 사실에만 집중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김 감독도 울컥했다. 실제로 중계 화면에는 눈물을 참는 듯 마스크로 눈을 급히 가리는 김 감독의 모습이 잡혔다. 당시 김 감독의 모습을 나중에 영상으로 봤다는 김지현은 "뭉클했다"며 "다같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라 더 감정이 북받쳤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강원의 목표는 단연 파이널A 진출권 지키기다. 스플릿라운드인 22라운드까지 6위 자리를 지켜야만 파이널A에 속할 수 있다. 현재 6위 강원과 11위 수원삼성의 승점차는 단 4점으로,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김지현은 "파이널A에 들면 상위권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소중하다"며 "시즌이 얼마 안 남은 만큼 매 경기 결승이라는 각오로 임해, 팀이 2년 연속 파이널A에 진출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