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부ㆍ울ㆍ경 '뿌리산업'… 업체수 급감·영업이익 반토막

입력
2020.09.03 13:07
산업 범위 10년 만에 전면 개편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력 초점
동남권 업체 비중 전국의 5~10%
"미래형 뿌리산업 인프라 구축을"


동남권(부산ㆍ울산ㆍ경남) 제조업 품질경쟁력의 근간인 주조, 금형, 용접, 열처리 등 뿌리산업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뿌리산업의 범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나서 지역차원의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은 BNK금융그룹(회장 김지완) 산하 BNK금융경영연구소 동남권연구센터가 3일 내놓은 ‘뿌리산업 개편과 동남권 발전과제’란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권 뿌리기술 전문기업의 업체당 평균 영업이익은 2015년 17억1,000만원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7억9,000만원으로 절반 수준까지 하락했다.

특히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어려움이 더 커졌다. 그 동안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전방산업의 장기 부진으로 활력이 매우 약화된 상황이어서 이번 코로나19 충격으로 지역 뿌리산업 생태계 훼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뿌리사업체의 수요산업별 의존도를 살펴보면 자동차가 27.5%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기계 21.5%, 전자 16.3%, 조선 8.0% 순으로 전자를 제외하면 모두 동남권의 주력산업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뿌리산업이 코로나19 위기에 고사하지 않도록 정부, 지자체, 민간부문이 힘을 합쳐 생존 지원에 나서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또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미래형 뿌리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10년 만에 뿌리산업 범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지역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주요 개편 내용을 살펴보면 경량화, 친환경 등 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뿌리산업의 핵심소재를 금속 1개에서 세라믹, 플라스틱, 고무, 탄소, 펄프 등을 새롭게 포함해 6개로 다원화했다.

이와 함께 뿌리산업 핵심기술도 확대했다. 기존에는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열처리, 표면처리 6개 기술이었으나, 사출ㆍ프레스, 3D 프린팅, 정밀가공, 엔지니어링 설계, 산업지능형 소프트웨어, 센서, 로봇, 산업용 필름 및 지류 8개 기술이 추가돼 14개로 늘어났다.

그 동안 동남권의 뿌리산업은 전국에서 수도권 다음으로 높은 위상을 보여 왔다. 기존 6대 뿌리기술이 자동차, 조선, 기계 등 동남권 주력업종과 연관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뿌리산업 범위 개편으로 앞으로 동남권 뿌리기업의 수혜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자부품업, 정보통신업 등 동남권의 비중이 낮은 미래형 산업군이 이번 개편과정에서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센서, 산업지능형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설계, 산업용 필름 및 지류 등 새롭게 포함된 일부 뿌리기술은 동남권 사업체수 비중이 전국의 5~10% 수준에 머무는 등 기반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백충기 BNK금융경영연구소 동남권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뿌리산업은 지역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산업"이라며 "동남권의 미래형 뿌리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 기업 유치, 전문인력 양성, 연구개발 투자 등 세부실행 계획을 마련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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