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따.잡] 웃고 있어도 눈물 난다... 공감 백퍼 실버 시트콤

입력
2020.09.02 20:00
마이클 더글러스, 앨런 아킨 주연 '코민스키 메소드'

편집자주

※여러분 넷플릭스 보시나요? OTT란 용어가 아직 낯선 가요? 넷플릭스에 가입했어도 뭘 볼 지 고민이신가요? '넷따잡’은 넷플릭스에 대해 여러분이 알고 싶은 모든 것을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와 함께 살펴봅니다. 따끈한 신작 이야기, 영화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뒷이야기 등을 전달합니다.

여기 두 남자배우가 주인공입니다. 한 명은 77세, 또 한 사람은 86세입니다. 77세인 마이클 더글러스는 1966년에 연기를 시작했고, 86세 앨런 아킨은 1957년에 데뷔했습니다. 아 정말 까마득하네요. 1957년이면 한국 대통령이 이승만.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기 전입니다. 이 해에 태어난 유명인으로는 황교안 전 총리,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일본 기업가 손정의 등이 있네요. 마이클 더글러스와 앨런 아킨이 연기한 햇수를 합치면 117년. 60년 안팎 연기로 살아온 두 사람들 나오는 드라마 일단 믿고 보셔도 될 듯합니다.

잔잔한 정통 드라마를 생각하실 수 있는데, 이 드라마, ‘코민스키 메소드’는 시트콤입니다.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사회 활동을 하며 연애도 하는 두 노익장이 이야기가 웃음을 만들어냅니다.

의외로 재미있는 ‘실버 시트콤’


주인공들이 노인이면 어두운 내용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병을 다루거나 가족간의 큰 갈등이 주요 소재가 되죠. 하지만 ‘코민스키 메소드’는 상대적으로 밝은 이야기입니다. 노년의 지병, 지인의 죽음, 경제적 어려움 등이 소재가 되지만 이야기 전반에 유머와 웃음이 흐릅니다.

배우 샌디 코민스키와 그의 매니저 노먼 뉴랜더가 주인공입니다. 샌디는 딸 아이와 함께 배우 학교 코민스키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고, 노먼은 에이전시 회사 대표입니다. 샌디와 노먼은 일로 만나 절친이 된 사이입니다. 샌디는 힘겹게 학교를 운영하면서 막 이혼한 중년 여성 리사와 사랑에 빠집니다. 문제는 이 여성이 배우 학교 학생이라는 점. 한국이나 미국이나 사제간의 사랑은 괜한 오해를 부르기 마련이죠. 노먼의 부인은 병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샌디와 노먼은 나이가 좀 있는 딸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샌디의 딸 사라는 독립할 생각은 없고 샌디 또래 남자와 사귀고 있습니다. 노먼의 딸은 마약중독자로 재활원에 있고요. 결혼과 사랑, 자식 문제 등으로 고민 많은 두 노인은 인생 황혼에 서로 조언하고 위로하는 사이로 우정을 나눕니다.

이 드라마가 노년의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유머입니다. 삶이 지닌 이중성과 새옹지마 같은 아이러니에서 비롯된 웃음이 특기라고 할까요. 샌디는 딸 사라 때문에 억지로 남자친구를 만나는데, 동년배라 취미도 비슷하고 생각도 엇비슷해 금세 친구가 됩니다. 오히려 딸이 왕따가 되는 분위기가 연출되죠. 노먼은 아내를 떠나 보내고 힘겨워 하는데 젊은 시절의 사랑이 나타납니다. 둘 다 배우자가 없어 다시 사랑을 키워도 되는 상황입니다. 인생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죠. 샌디와 노먼이 노년이 돼 자포자기식으로 주고 받는 유머도 이 드라마가 눈길을 끄는 점입니다.

노년의 로맨스를 곁들여지기도 합니다. 샌디와 리사가 연인으로 남겠다, 친구 사이로 살자, 사제간으로 지내자며 서로 밀당하는 모습이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를 줍니다. 하지만 죽음이 가까이 다가온 주인공들이 보이는 삶에 대한 회한 등이 던지는 페이소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막강 두 배우들의 삶 반영

드라마는 두 주인공 마이클 더글러스와 알란 아킨의 삶을 살짝 반영합니다. 마이클 더글러스와 알란 아킨 둘 다 이혼 경력이 있습니다. 마이클 더글러스는 배우 캐서린 제타 존스와 재혼해서 살고 있고요. 두 차례 이혼한 알란 아킨은 세 번째 부인과 해로 중입니다. 드라마 속 알란 아킨의 이름이 노먼 뉴랜더인데, 세 번째 부인 원래 이름이 수전 뉴랜더입니다.

드라마에서 샌디가 질병 때문에 고생하는 것으로 묘사하는 데, 더글러스는 후두암을 이겨낸 이력이 있습니다. 알란 아킨은 연기뿐만 아니라 감독과 가수, 작가로도 활약했습니다. 다양한 재능들을 관리하는 에이전시 대표 역할이 어울리는 이유입니다.

시트콤 제왕의 솜씨


한편 ‘코민스키 메소드’의 제작자는 척 로어. 시트콤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인물입니다. 그럴 만도 한 게 ‘그레이스 언더 파이어’를 시작으로 ‘세 남자의 동거’ ‘두 남자와 2분의 1’ ‘마이크 앤 몰리’ 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한국에선 ‘빅뱅 이론’이 가장 유명하죠. 기획과 제작을 하면서 각본을 쓰기도 합니다. 믿고 보는 제작자라 할 수 있는 척 로어는 원래 작사가였다고 합니다.

누구나 맞이할 노년이기에

이 드라마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위트 있는 대사가 주는 재미 등이 상당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누구나 맞이할 노년이기에 갖게 되는 공감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누군가는 주인공들 같은 나이일 수 있고, 누군가는 그런 부모를 둔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인생 말년을 맞게 됩니다. 하지만 삶이 끝날 때까지 삶은 지속되는 것이고 즐거움과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이 깃들기 마련입니다. ‘코민스키 메소드’의 강점은 노인의 삶이 중년 또는 청년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훨씬 극적이고 재미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는 점이죠. ‘코민스키 메소드’에서 메소드는 연기를 의미하기도 하고 방법을 뜻하기도 합니다. 코민스키의 연기법, 코민스키가 살아가는 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삶의 마지막을 맞을 때까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제목만큼 다의적인 내용이 담긴 드라마, ‘코민스키 메소드’ 추천합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현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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