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앞두고 일부 식품업계가 최근 제품 가격 인상을 잇따라 단행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해당 업체들은 원가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란 입장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려워진 가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관점에서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일부 과자류와 아이스크림, 음료, 김치, 즉석밥 등의 가격이 최근 몇 달 사이 크고 작은 폭으로 인상됐다.
롯데제과는 전날인 1일부터 목캔디와 찰떡파이 값을 평균 10.8% 올렸다. 목캔디는 소용량의 경우 권장소비자가 기준 8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고, 대용량 목캔디와 찰떡파이는 용량을 줄였다. 롯데제과의 나뚜루 아이스크림(파인트, 컵) 가격 역시 평균 10.5% 상승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밀키스와 핫식스, 사각사각 꿀배 등 일부 음료의 편의점 납품가를 지난 2월 올렸다. 이어 롯데푸드도 6월 뽀모도로 스파게티의 편의점 납품가를 1,000원 높였다.
김치 값도 올랐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포기배추김치(3.3㎏) 값이 기존 2만8,900원에서 지난 5월 3%가량 올라 2만9,800원이 됐고, 같은 달 대상의 종가집 시원깔끔포기김치(3.3㎏)도 5.7% 가격이 뛰었다. 오뚜기는 즉석밥 중 흰밥 제품 3종의 가격을 이달부터 평균 8% 높였다. 이에 따라 오뚜기밥(210g) 제품은 기존 710원에서 770원이 됐다.
이들 기업은 각종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판촉비, 물류비 등이 오르면서 경영 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해 제품 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김치 가격을 10년 만에, 오뚜기는 즉석밥을 3년만에 올리는 등 수년 간 인상을 억제해왔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도 비등한 게 사실이다. "왜 하필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제품 값을 올리냐"는 지적에서다. ‘집콕’하느라 식음료 소비가 증가한 덕에 식품업계는 그나마 괜찮은 상황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일부 소비자 단체에선 “기업의 가격 인상 근거가 미흡하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료는 물론 인건비도 계속 오르는 추세라 기업 입장에선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기업이 가격을 올려도 그만큼 고스란히 이익으로 돌아오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이 좋은 건 일부 가정용 식품이고, 식당 등과 B2B(기업간 거래)로 사업하는 업체들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편 일부 식음료 제품과 함께 농·축·수산물까지 가격이 오르며 소비자들의 근심은 더 커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05.5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 상승했다. 이는 3월(1.0%)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농·축·수산물이 2017년 8월(10.7%) 이후 가장 큰 10.6% 상승률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