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댓글 부대' 또 美 대선 개입 시도

입력
2020.09.02 17:30
페이스북 등 러 공작 단체 계정 대거 삭제
"기자 직접 고용하는 등 수법 더 대담해져"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 ‘댓글 부대’가 또 다시 공작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4년 전처럼 ‘가짜 뉴스’를 앞세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위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미 사법당국은 ‘러시아 스캔들’로 비화돼 미 정가를 들쑤셔 놨던 지난 대선의 악몽이 재현될 것을 우려해 일찌감치 수사에 착수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1일(현지시간) 2016년 대선 때 활동한 러시아 단체가 개설한 가짜 계정과 웹사이트를 대거 적발해 정지ㆍ삭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러시아 댓글 공작 부대인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가 만든 13개의 가짜계정과 2개의 웹페이지를 삭제했다. 트위터 역시 이 단체와 연관된 5개 계정을 정지시켰다. 이들 계정은 주로 바이든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에 비판적인 게시글을 올려 진보성향 유권자들을 흔들려 했다.

공작 수법은 더 교묘하고 대담해졌다. 특정인을 사칭하지 않고 아예 미국인 기자나 작가를 고용해 여론 조작을 시도한 것. 페이스북에 따르면 IRA는 가상 인물을 내세워 계정을 만든 뒤 지난해 10월부터 ‘피스 데이터’라는 사이트로 대중을 유인했다. 겉으론 “부패나 환경 위기, 권력 남용 등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겠다”며 진보 매체로 포장했다. 사이트는 다른 매체의 기사를 공유하다 올해 3월부터는 자체 생산 기사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또 정식 채용한 기자 및 작가들을 통해 바이든과 해리스에 불리한 기사들을 쏟아냈다. IRA에 고용된 한 기자는 “기사 한 건당 75달러를 받았다”고 일간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네트워크 분석업체 그래피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분열시키고 바이든과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약화하려는 목적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진화한 수법에 비해 파급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4년 전엔 페이스북 IRA 관련 계정들의 조회수가 수백만 회에 달했지만, 이번에 적발된 계정들은 14만여명의 팔로워가 전부였다. 나다니엘 글레이셔 페이스북 보안정책 책임자는 “그들은 정체를 숨기는 데 보다 능숙해졌으나 영향력은 점점 작아졌다”고 말했다.

사법당국과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공조도 러시아 측의 여론 조작을 차단하는 데 힘을 보탰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018년 중간선거부터 IRA의 활동을 인지하고 IT기업들에 적극적인 제보를 요청했다. 트위터 측은 “계정들의 품질이 낮고 스팸도 발송해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면서 “가짜 사이트로부터 링크를 공유하려는 어떤 시도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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