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강경해지는 이유, 집단의 극단화

입력
2020.09.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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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공의들이 1차 투표와 재투표를 실시해 단체행동을 계속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전공의 단체인 대전협의 단체행동 관련 1차 투표에서 193명의 참석자 가운데 96명이 파업 지속, 49명이 중단, 48명이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 의견인 파업 지속 안이 과반인 97표를 얻지 못한 뒤 대전협은 단체행동에 관해 분명한 결정이 필요해 ‘회의 결과에 따른 합의문 채택 및 단체행동 중단’ 안건을 상정해 재투표를 벌였다고 밝혔다. 재투표에는 186명이 투표에 참여, 134명이 단체행동 지속에 찬성해 전공의 집단 휴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두 차례의 투표를 두고 보건복지부는 단체행동 지속이 부결된 것을 뒤집은 행위라고 비판하고 대전협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절차상 문제 유무에 관계없이 분명한 것은 두 번의 투표 행위를 거치는 동안 전공의 전체 의견이 훨씬 강경해졌다는 점이다. 단체행동 지속 의견이 49.7%에서 72%로 대폭 늘었으며 이 과정에서 기권표가 단체행동 중단 의견보다 더욱 큰 폭으로 줄어 중도 의견이 지속 쪽으로 크게 돌아선 것이 보인다. 이렇게 한 집단의 의견이 내부 토론을 거치며 점점 강경하게 변하는 모습은 의회와 법원, 기업 등 사회의 각 부문과 이슈를 불문하고 자주 관찰된다. 이 현상을 사회과학에서는 집단의 극단화(Group polarization)라고 부른다.

집단 극단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여러 가지 있지만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하나는 단체 내 토론 과정에서 개별 구성원이 다른 사람들의 발언을 관찰하고 비교한 뒤 기존의 집단 평균보다 조금 더 강경한 의견을 표현하면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람들은 보통 새로운 정보를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의견을 내놓을 때마다, 즉 새로운 정보가 나올 때마다 집단 전체 의견이 강경해진다. 새로운 의견은 보통 그 집단의 기존 의견 방향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개인이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소속 집단의 전형적인 모습을 따르려는 경향이 있고, 이 전형적인 모습은 그 집단의 실제 의견 평균보다 극단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개인의 의견은 내부 토론이 지속될수록 이 머릿속 전형적인 모습과 비슷한 쪽으로 움직이며 더욱 강경해진다는 것이다.

얼마 전 투표와 재투표를 거쳤던 전공의들의 머릿속에서도 아마 이 세 가지 기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전공의들 개개인은 투표 이전 토론에서 파업 지속이 기존 의견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감지하고 1차 투표에 들어간 뒤 과반에 살짝 못 미치는 다수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전에 감지한 기존의견을 실제로 확인한 뒤 치러진 재투표에서는 온건하거나 의견이 확실치 않았던 사람들도 위 이유들이 작용하며 파업 지속 쪽으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크다.

집단의 극단화 현상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데, 심각한 것은 다른 집단과의 타협을 어렵게 하는 점이다. 전공의, 나아가 의사 단체는 내부 논의를 하면 할수록 그 입장이 더욱 강경해지면서 정부 등 다른 상대와의 의견 조정이 어렵게 된다. 강경한 집단 간의 끝도 없는 대립의 피해는 결국 사회 전체가 보게 되고 대립하는 집단 또한 그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고리를 끊는 방법은 당연하게도 집단 간 토론을 더 많이 하는 것이다.



이재국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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