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자식같이 아낀 반려견을 파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입력
2020.09.06 10:30

만약 내가 몹쓸 병에 걸려 반려견을 더 이상 돌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가족이나 지인에게도 반려견을 맡길 수 없는 1인 가구라면 더욱 막막할 수밖에 없는데요.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이지만 이런 일을 현실에서 맞닥뜨린 사람이 있습니다. 고민을 거듭한 그는 반려견이 남은 생을 잘 보낼 수 있도록 믿을 수 있는 새 주인을 찾아주기로 했습니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대만 타이베이시 한 동물병원의 SNS에는 슬픈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곧 혼자 남을 개 '애니(5세)'의 새로운 가족을 찾는다는 내용이었죠. 애니는 원래 '아모'라는 이름의 할머니와 살던 반려견이었습니다. 아모는 반려견 애니와 함께 산책하다 동물병원에 자주 들려 간식을 사곤 했죠. 아모가 애니를 자식같이 아꼈고, 애니도 보호자를 유독 잘 따라 병원 직원들 사이에서 할머니와 개는 유명인사였습니다.


그러던 중 아모는 체중이 줄어들며 배가 항상 더부룩하고 불편해 병원을 찾았다고 합니다. 검사 결과 아모는 간 경화가 이미 말기까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하루빨리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그마저도 회복이 될지는 병원도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아모는 미래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 속 애니의 거처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애니를 맡길 지인이나 다른 가족도 없었고, 최악의 경우 애니는 보호소로 들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아모는 결국 고민 끝에 애니의 새 가족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찾아주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애니의 입양자 찾기는 동물병원이 도왔습니다. 평소 아모를 지켜보던 동물병원 직원들도 애니가 새 가족을 찾아 계속 행복하길 바랐죠. 동물병원 측은 "현재 아모는 자신의 건강보다 혼자 남겨질 애니를 더 걱정하고 있습니다. 애니는 착하고 사회성이 좋은 개입니다. 사랑으로 보살펴 줄 평생 가족을 찾습니다"라는 글을 SNS에 올렸습니다.


놀랍게도 사연은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모와 애니를 도와주고 싶던 누리꾼들이 합심해 열심히 공유를 했죠. 그 결과 이틀 만인 25일 애니의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동물병원 측은 "사회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내 개를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주는 것은 보호자 의무 중 하나입니다. 아모는 비록 애니의 끝을 함께 하진 못하겠지만 대신 좋은 가족을 찾아주며 의무를 다했죠. 아모와 애니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지만, 마음 속으로는 서로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장형인 동그람이 에디터 trinity034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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