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촌동에 사는 주부A(37)씨는 지난 달 중순 아들(6)이 다니는 유치원이 개학했지만 등원시키지 않고 보름째 가정보육을 하고 있다. 유치원은 개학 첫 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자율등원(결원에도 출석인정)을 실시한다’는 안내서를 보냈고, 그 다음 주에는 ‘유치원생의 3분의 1만 등원이 가능하다’며 유튜브 교육채널과 EBS 방송 프로그램이 적힌 원격수업 안내서를 보냈다. 지난달 26일부터는 휴원 조치하며 ‘맞벌이 학부모에 한해 긴급 돌봄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2일 A씨는 “원격수업을 실시한다는 이유로 여전히 유치원비(수업료)는 내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져 원격수업 기간도 늘면 가계에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유·초·중·고교가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가면서, 상반기 불거졌던 ‘유치원비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수도권 유치원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된 지난달 26일부터 수도권 지역 맘카페를 중심으로 ‘유치원 원비 꼭 다 내야 하느냐’는 게시글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관련 청원이 수차례 올라온 상태다.
‘유치원비 논쟁’은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전국 유치원이 5월 27일에서야 개학하면서 이미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애초 개학이 예정됐던 3월부터 실제 개학한 5월말까지 약 석달간 납입한 유치원비를 반환하라는 학부모 요구가 거셌다. 이에 “유치원도 학교처럼 방학 일정을 포함해 원비를 12분의 1로 나눠서 받고 있어, 원비 환불은 원칙적으로 어렵다”고 했던 교육부가 3·4월분, 서울시교육청이 5월분 유치원비의 절반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대다수 유치원의 학비가 반환된 바 있다.
상반기 이런 내용의 ‘유치원 운영 한시지원사업’을 긴급 편성했던 교육당국은 그러나, 하반기에는 유치원비 반환 지원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치원비 반환을 추가 지원하게 되면 예산을 국고에서 편성돼야 하는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부담이 크다”고 선을 그었고, 시교육청 관계자 역시 “반환 지원에 관한 예산자체가 (교육청에서는) 편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만 “유치원운영위원회를 통해 학비 반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이 방법을 안내해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아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유치원운영위원회는 학부모 60~70%, 교원 30~40% 비율로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요구가 많은 유치원의 경우 운영위원회를 통해 반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감안해 유치원 교육일수로 인정되는 현장체험학습(가정학습) 일수를 기존 연간 30일에서 60일로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일선 유치원에 안내했다. 이 기간 등원하지 않는 유아에 대해서도 정부의 ‘유아학비(교육과정 24만원, 방과후 과정 7만원)’가 유치원에 지원된다.